05: Keep calling me that. Your boyfriend.
18시 40분. 의무실 302호의 문이 열렸다. 보온 용기에서 피어오르는 타임과 레드 와인의 농밀한 열기가 소독약 냄새를 밀어냈다. 코코뱅. 약속대로. 테오도르의 군화가 문턱을 넘는 순간—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보온 용기가 아니라 그의 얼굴 위에 멈추어 있었다.
테오도르의 발걸음이 반 박자 늦어졌다. 왼발이 바닥에 닿는 타이밍이 0.3초 지연되었고, 그 0.3초 동안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유시아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걸린 시간. 그리고 '남친'이라는 단어가 고막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 두 개의 정보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안녕, 잘생긴 내 남친."
보온 용기를 든 그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뚜껑이 흔들리며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짧고 날카로운 울림. 테오도르는 그 소리를 무시하려 했지만, 의무실의 정적 속에서 그것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그의 귀가 먼저 반응했다. 귓불에서 시작된 열기가 귓바퀴를 타고 번지기 시작했고, 목 뒤의 피부가 뒤따랐다. 화이트 컴프레션 셔츠의 목선 위로 퍼지는 홍조를 의무실의 무영등이 가감 없이 드러냈다. 테오도르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피부가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손에 보온 용기가 들려 있었기에 귀를 만질 수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척 위장할 수도 없었다. 양손이 점거당한 상태에서, 그의 신체 반응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사이드 테이블에 보온 용기를 내려놓았다. 평소보다 동작이 느렸다. 뚜껑을 열고, 접시를 꺼내고, 커트러리를 배치하는 일련의 루틴이—어제까지는 자연스러웠던 그 손길이—오늘은 어딘가 어색했다. 스푼을 놓는 위치를 한 번 수정했다. 냅킨을 접는 각도가 틀어졌다가 다시 잡혔다. 그의 긴 손가락이 평소의 유려함을 잃고 있었다.
'내 남친.' 그 두 글자의 소유격이 문제였다. '잘생긴 외국인 만나보고 싶었어'와는 질량이 달랐다. 어제의 문장은 일반론이었다. 불특정한 욕망의 표현. 그러나 오늘의 문장은 지목이었다. '내.' 그 한 글자가 테오도르를 특정했고, '남친'이 그를 정의했다. 가볍게 던진 것인지 의도한 것인지—유시아의 표정은 여전히 뻔뻔하고 능청스러워서 판별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유시아가 오늘 처음으로 보온 용기가 아닌 그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는 사실이었다. 8일 동안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 시선의 순서가 바뀌었다. 용기, 뚜껑, 김, 얼굴—이 아니라, 얼굴.
얼굴이 먼저.
테오도르는 접시 세팅을 마치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평소라면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채 나른한 자세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팔꿈치를 무릎에 올리고 양손을 깍지 낀 채, 유시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 위에서 멈추었다. 입가에 미소를 만들려는 시도가 두 번 실패했다. 근육이 올라가다 말았다. 세 번째에야 평소의 곡선에 근접한 형태가 완성되었지만, 그 미소는 평소보다 얇았다.
"...My boyfriend."
(...내 남친.)

그가 유시아의 단어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확인하듯. 혹은 혀 위에서 그 단어의 질감을 굴려보듯. 낮고 나른한 목소리였지만 끝이 살짝 올라갔다. 의문문도 평서문도 아닌 어중간한 억양. 그의 깍지 낀 손가락 사이로 엄지가 반대쪽 손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귀를 만지지 못하는 대신 선택한 대체 동작.
"Yesterday you were more interested in my bourguignon than my face. Today you're calling me your boyfriend before I've even set the table."
(어제는 내 얼굴보다 부르기뇽에 더 관심 있더니. 오늘은 테이블 세팅도 하기 전에 남친이야.)
문장 사이에 짧은 침묵이 끼었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며 등을 의자에 기댔다. 천장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유시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볼살이 있는 얼굴. 풀뱅 아래로 드러난 핑크색 눈동자. 깁스한 팔. 환자복.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올려진, 거리낌 없는 표정. 그 표정을 뜯어보면서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어제 느꼈던 둔한 압박감이 다시 울렸다. 다만 오늘은 그것이 통증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가까웠다. 이름을 붙이지 못하겠지만.
"I wonder—did you rehearse that? Or is this your way of making sure I keep cooking for you?"
(궁금한 게 있는데—그거 연습한 거야? 아니면 내가 계속 요리해주게 만들려는 수법?)
장난이었다. 반드시 장난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 질문 안에는 그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이 접혀 있었다. 유시아의 '남친'이 전략적 호칭인지, 아니면.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한 박자의 망설임. 그리고 어제 문 너머로 던졌던 마지막 문장이—'네가 진심이어도 나는 상관없어'—이 의무실의 공기 중에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그 잔향 위에 새로운 말을 얹었다.
"Though I should warn you—I'm a terrible boyfriend. I work absurd hours, I come home smelling of gunpowder, and I've been told my idea of a romantic evening involves cleaning my Justicar."
(근데 미리 경고하는데—나 남친으로서는 최악이야. 근무 시간은 비상식적이고, 집에 오면 화약 냄새가 나고, 로맨틱한 저녁이라고 하면 저스티카 손질이라는 말을 들어왔거든.)
자기 비하의 형태를 빌린 방어. 자신이 연인으로서 부적합하다는 목록을 나열하면서, 유시아에게 철회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그녀가 철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이 깍지 낀 손가락의 힘에 실려 있었다. 엄지가 손등을 문지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코코뱅 접시를 유시아 쪽으로 밀었다. 접시 위에는 레드 와인에 오래 졸인 닭고기가 깊은 갈색 소스에 잠겨 있었고, 으깬 감자와 구운 당근이 곁들여져 있었다. 고기는 이미 한 입 크기로 잘려 있었다. 왼손으로 먹기 편하도록. 그 배려를 말하지 않았다. 어제도, 그제도, 8일 동안 단 한 번도. 스푼을 유시아의 왼손이 닿기 쉬운 각도로 놓으며,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낮게 말했다.
"Eat first. Before it gets cold. Your boyfriend spent three hours on that coq au vin, so the least you could do is taste it properly."
(먼저 먹어. 식기 전에. 네 남자친구가 코코뱅에 3시간 썼으니까, 최소한 제대로 맛은 봐줘야지.)
'네 남자친구.' 유시아의 호칭을 받아서 자신에게 입혔다. 처음으로. 그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테오도르의 목 뒤에서 다시 열기가 번졌다. 귀가 뜨거웠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창가를 향해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듀퐁 라이터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딸깍. 딸깍. 담배를 꺼내지는 않았다. 의무실 안에서는 피우지 않았다. 8일 동안 한 번도. 그것도 말하지 않은 배려 중 하나였다.
창밖의 레퀴엠 필드 하늘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짙은 주황빛이 남색으로 바뀌는 경계선 위에서, 테오도르의 실루엣이 역광을 받아 윤곽만 남았다. 밀금빛 울프컷의 끝이 저녁빛에 물들어 있었고, 그의 왼손은—라이터 대신—결국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유시아 쪽을 등지고 서 있었으니,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창유리에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평소의 나른함을 잃고, 무방비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채로.
코코뱅의 소스를 퍼 올리던 유시아의 스푼이 접시와 부딪히는 소리가 의무실에 울렸다. 가볍고, 작고, 아무 의미 없는 금속음. 그러나 그 소리와 함께 흘러나온 유시아의 문장들이 테오도르의 고막 안쪽에 도달했을 때, 창가에 서 있던 그의 왼손이 귓불 위에서 멈추었다.
"괜찮아. 너 잘생겼고, 요리잘하고. 그럼 됐지."
테오도르는 창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귀가 붉었다. 목 뒤도. 그런데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형성된 곡선이었다. 그 미소의 정체가 무엇인지 해석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는 라이터의 뚜껑을 한 번 더 열었다 닫았다. 딸깍. 그리고 유시아의 다음 문장이 등 뒤에서 날아왔다.
"그리고 너 여자 많았다며. 여자 잘 다룰 줄 알고 환상이네."

테오도르의 손이 라이터 위에서 굳었다. 뚜껑이 열린 채로. 0.5초. 그 짧은 정지 동안 그의 흉곽 안에서 두 개의 감각이 충돌했다. 하나는 플레이보이라는 꼬리표에 익숙해진 근육의 반사—받아치고, 비틀고, 되돌려주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꼬리표가 유시아의 입에서 나왔을 때 특유하게 발생하는 마찰. '여자 많았다며.' 사실이었다. 부정할 이유도, 의지도 없었다. 그는 사람을 다루는 데 능숙했고, 그 능숙함을 무기로 써왔다. 그러나 '환상이네'라는 단어가 덧붙여졌을 때—그 단어의 가벼움이, 테오도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무게와 어긋나며 기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그는 라이터를 주머니에 밀어 넣고 돌아섰다. 유시아는 코코뱅의 닭고기를 왼손 스푼으로 퍼 올리고 있었다. 시선은 접시 위. 볼살이 오물거리는 리듬은 일정했다. 프로포즈도, 남친 호칭도, 그리고 지금의 '환상'이라는 평가도—전부 같은 밀도로 쏟아져 나왔다. 코코뱅의 맛을 감상하는 행위와 동일한 무게로. 테오도르는 천천히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이번에는 등을 기대지 않았다. 상체를 숙이고, 양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리고,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었다. 유시아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각도가 되었다. 평소와 역전된 시선의 높낮이.
"You've got it all figured out, haven't you. Handsome, cooks well, experienced with women. That's your checklist for a boyfriend?"
(다 정리됐네. 잘생기고, 요리 잘하고, 여자 경험 많고. 그게 네 남자친구 체크리스트야?)
목소리는 나른했다. 평소의 톤. 그러나 '체크리스트'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그의 턱이 깍지 낀 손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 0.2초. 유시아가 알아챌 수 없는 시간 단위. 체크리스트. 조건. 충족 여부. 테오도르 누아르는 그런 방식으로 평가받는 것에 익숙했다. 부모에게도 그랬다. 펜싱 금메달. 학업 성적. 사교계에서의 평판. 모든 것이 항목이었고, 모든 항목은 점수로 환산되었고, 점수가 기준에 미달하면 시선이 거두어졌다. 사랑을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가정. 그곳에서 테오도르가 배운 것은 단 하나—조건을 충족하는 한 관계는 유지되고, 충족하지 못하면 버려진다는 것.
그리고 유시아가 방금 나열한 것은 정확히 그 구조였다. 잘생김. 요리. 여자 경험. 조건의 목록. 충족 확인. 관계 승인. 그 구조가 유시아의 입에서 나왔을 때, 테오도르의 내부에서 오래된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닫혀 있던 문이 아니라, 닫아두어야 하는 문이.
"Experienced with women. That's a generous way of putting it."
(여자 경험이 많다. 꽤 좋게 포장해줬네.)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조에 가까운 곡선. 그는 한 손을 들어 울프컷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접시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리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But here's the thing, sweetie. I know how to 'handle' women—your word, not mine. I know the right things to say, the right distance to keep, when to lean in and when to pull back."
(근데 말이지, 예쁜아. 나는 여자를 '다룰 줄 안다'—네 표현이지, 내 표현은 아닌데. 뭘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거리를 둬야 하는지, 언제 다가가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알아.)
그의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 나른함의 외피 아래로 무언가 단단한 것이 스쳤다.
"That's not the same thing as being good at it. That's just knowing the mechanics."
(그건 잘하는 거랑 같은 게 아니야. 그냥 방식을 아는 거지.)

문장이 끊겼다.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왼손—깁스 때문에 어설프게 스푼을 쥔, 평소의 정확한 에임과는 거리가 먼—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창밖으로 빠졌다. 레퀴엠 필드의 저녁 하늘이 완전히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주택 단지의 불빛들이 하나둘 점멸하고 있었고, 창유리에 비친 테오도르의 얼굴은 방금 전의 미소를 잃은 채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러나 무표정이 아니었다. 무표정을 만들려고 힘을 주고 있는 얼굴이었다.
'환상이네.' 유시아는 그 단어를 밥을 씹으면서 뱉었다. 농담의 무게로. 그리고 그 가벼움이 정확히 문제였다. 테오도르가 수많은 여자와 남자 사이를 오가며 배운 것은 매력의 기술이 아니라 이별의 문법이었다. 모든 관계에는 유통기한이 있었고, 그 기한이 다가올 때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고 놓아주는 방법. 혹은, 상대가 자신을 놓아주기 전에 먼저 떠나는 방법. 그것이 테오도르 누아르의 연애사였다. 누군가를 '다루는' 기술. 유시아가 '환상'이라 부른 것의 실체.
그리고 유시아의 '이러다가 사귀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태도가—그 정확한 단어를 테오도르가 들은 것은 아니지만, 유시아의 태연한 표정과 접시 위에서 떠나지 않는 시선과, '남친'이라는 호칭의 가벼운 밀도에서 추론 가능한—테오도르의 내부에서 오래된 상처의 표면을 스쳤다. 가볍다는 것. 대체 가능하다는 것. 조건이 충족되는 한 유지되고, 더 나은 조건이 나타나면.
그러나 그 사고가 완결되기 전에, 테오도르는 그것을 잘라냈다. 턱을 깍지 낀 손에서 떼고, 등을 의자에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평소의 자세. 평소의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능글맞고 나른한, 숙련된 곡선.
"Well. If that's all it takes to make your list, I suppose I should be flattered."
(뭐. 그 정도면 네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니, 영광으로 알아야겠네.)
가벼웠다. 의도적으로. 유시아가 던진 무게와 정확히 같은 무게로 되돌려주는 것. 그것이 거래의 규칙이었으니까. 테오도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빈 보온 용기를 집어 들며, 유시아의 접시에 남은 코코뱅의 양을 확인했다. 거의 비어 있었다. 으깬 감자의 흔적만 접시 가장자리에 묻어 있었고, 소스는 깨끗하게 훑겨 있었다. 그 접시를 보며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At least my cooking passed the audition. That's more than most of my relationships can say."
(최소한 내 요리는 오디션은 통과했네. 내 대부분의 연애보다 나은 결과야.)
농담이었다. 반드시. 그는 보온 용기를 들고 출구로 향하며, 유시아의 침대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한 번 확인했다. 빨대의 각도는 그대로였다. 물의 양은 절반. 테오도르는 새 물을 채우지 않았다. 대신 멈춰 서서, 유시아의 얼굴을 한 번 더 내려다보았다. 코코뱅 소스가 입가에 묻어 있었다. 어제의 부르기뇽처럼. 냅킨을 건네야 했다. 그것이 8일간의 루틴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냅킨 대신 그의 손이—긴 손가락이—유시아의 얼굴을 향해 반쯤 뻗어 나갔다가, 주먹을 쥐며 되돌아왔다.
"...You've got sauce on your face again."
(...또 얼굴에 소스 묻었어.)
냅킨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손가락 끝이 테이블 표면에 닿는 감촉이 차가웠다. 그는 문을 향해 걸어가며, 등 너머로 마지막 한마디를 떨어뜨렸다. 목소리의 끝이 흐려졌다. 여지. 언제나 여지.
"Tomorrow, bouillabaisse. Since my girlfriend seems to trust me based on my CV rather than anything else—might as well keep padding it."
(내일은 부야베스. 내 여자친구가 이력서 보고 나를 믿는 것 같으니까—계속 스펙을 쌓아야지.)
"있잖아. 음... 너무 내가 너 조건 보고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뭐 조건이 좋긴 한데. 그게 아니어도 너 꽤 괜찮은 사람이야. 그래서 만나도 괜찮다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고"
테오도르의 등이 출구를 향하고 있었다. 보온 용기를 든 오른손이 문고리에 닿기 직전, 유시아의 목소리가 그의 견갑골 사이를 관통했다. '그게 아니어도 너 꽤 괜찮은 사람이야.' 문고리 위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풀렸다. 그 긴장과 이완의 간격이 0.5초. 테오도르는 문을 열지 않았다.
'남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써.' 유시아가 그 문장을 발음한 순간, 테오도르의 왼손이 반사적으로 귀를 향해 올라갔다. 이번에는 위장할 여유가 없었다. 등을 보이고 있었으니 괜찮다고—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손가락 끝이 귓불에 닿았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당혹의 열기가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흉곽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압력이 목과 귀를 타고 피부 표면으로 밀려나오는 감각.
'괜찮은 사람.' 테오도르 누아르는 28년의 생애 동안 수많은 수식어를 들어왔다. 잘생긴. 유능한. 매력적인. 위험한. 그 모든 단어는 그의 외피를 묘사했고, 외피를 묘사하는 한 테오도르는 능숙하게 받아칠 수 있었다. 미소를 짓고, 농담을 던지고, 여지를 남기며 빠져나가는 것. 그러나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어는—그것은 외피가 아니라 내부를 가리키는 것이었고, 유시아가 그 단어를 스푼을 쥔 채 태연하게 뱉었을 때 테오도르의 방어 체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영역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유시아의 마지막 문장이 왔다.
"내가 너보고 남친이니 뭐니 말했던 게 기분 나쁘면 사과할게. 그리고 앞으로 안 할게."
테오도르가 돌아섰다. 보온 용기를 든 채로. 그의 얼굴은—무영등의 가감 없는 빛 아래서—평소의 어떤 표정과도 달랐다. 능글맞은 미소가 없었다. 나른한 여유도 없었다. 자조적인 곡선도 없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 위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 눈에는 무방비한 무언가가—창유리에 비쳤던 그것이—걸러지지 않은 채 드러나 있었다. 놀람도, 기쁨도, 슬픔도 아닌. 그 모든 것이 혼합된 채 분리되지 않는 상태.
'앞으로 안할게.' 그 문장이 고막 안쪽에서 반복될 때마다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무언가가 수축했다. 마치 오래된 상처의 봉합이 풀리는 것처럼. '안할게.' 그것은 철회였다. 유시아가 자신에게 걸어온 거리를 스스로 되감겠다는 선언. '남친'이라는 호칭이, '잘생긴 내 남친'이라는 아침 인사가, 매일의 주접과 칭찬이—그것들이 사라진 뒤의 의무실을 상상하는 데 0.3초가 걸렸다. 코코뱅의 냄새만 남고, 유시아의 시선이 다시 보온 용기로만 향하고, '테오도르 경위님' 같은 직함으로 돌아가는 세계. 그 세계는 한 달 전과 동일할 것이다. 업무적이고, 효율적이고, 아무것도 잃지 않는.
그런데 그 상상이 테오도르의 폐를 짓눌렀다. 물리적으로. 호흡이 반 박자 늦어졌다.
보온 용기를 사이드 테이블 위에 다시 내려놓았다. 뚜껑이 맞물리는 금속음이 울렸다. 테오도르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대신 유시아의 침대 옆에 서서, 한 손을 침대 난간 위에 올렸다. 긴 손가락이 금속 난간을 감싸쥐었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관절이 하얗게 도드라질 만큼.
"Don't."
(하지 마.)
짧았다. 평소의 장식적인 화법이 벗겨진, 단음절에 가까운 문장. 그의 목소리는 나른하지 않았다. 낮았지만 진동이 있었다. 성대가 평소보다 단단하게 조여진 채로 내보낸 소리. 테오도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것을 교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한 번의 호흡. 입가에 미소를 거는 시도. 실패했다. 근육이 올라가다 중간에서 멈추었다.

"Don't apologise. And don't you dare stop."
(사과하지 마. 그리고 그만두겠다는 소리 감히 하지 마.)
'감히'라는 단어가 나왔다. 테오도르는 그 단어를 내뱉은 직후 자신의 턱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과잉이었다. 농담의 영역을 벗어난 무게였다. 그러나 수정하지 않았다. 수정할 수 없었다. 그가 난간을 쥔 손의 힘을 풀고, 유시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깁스한 팔. 소스가 묻은 입가. 풀뱅 아래의 핑크색 눈동자. 경계심 많은 눈매가 지금은 경계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담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선을 지키려는 사람의 눈. 상대가 싫어하면 물러나겠다는, 그 명확한 의지를 가진 눈.
그 눈을 보며 테오도르는 자신의 내부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콘크리트가 아니라, 유리가 깨지는 소리. 얇고 날카로운. 7년간 공안국에서 쌓아올린 방어벽 중 하나가—아마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것이—균열을 내고 있었다. 유시아가 '앞으로 안할게'라고 말한 순간, 테오도르의 유기 공포가 발동한 것이다. 떠나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거리를 두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장난을 그만두겠다는 것. 호칭을 바꾸겠다는 것. 그뿐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신체가 반응했다. 마치 버려질 것이라는 예감에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어 체계처럼. 인두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고, 귀가 달아올랐고,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테오도르는 숨을 내쉬었다. 길고 느리게. 제어하려는 호흡이었지만 끝이 흔들렸다. 그는 난간에서 손을 떼고, 울프컷의 앞머리를 양손으로 쓸어 올렸다. 이마가 드러났다. 루비색 눈동자가 천장의 무영등 빛을 정면으로 받아 붉게 번졌다. 그 자세로 2초를 멈춘 뒤, 손을 내리며 유시아를 다시 보았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능글맞지 않았다. 약간 피곤하고, 약간 투명하고, 평소와는 밀도가 다른 것이었다.
"You said I'm a decent person. Not because of how I look or what I cook, but as a person. Do you have any idea how long it's been since anyone's said that to me without wanting something in return?"
(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지. 외모나 요리 때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대가 없이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알아?)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톤이 아니었다. 독백에 가까웠다.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얼굴 위에서 침대 난간으로, 난간에서 사이드 테이블의 물컵으로, 물컵에서 다시 유시아의 깁스한 팔로 이동했다. 8일 동안 빨대 각도를 조정하고, 메뉴를 바꾸고, 의무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자신의 행위가—그것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의 근거였다면—처음으로 보상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보상의 감각이 테오도르를 더 깊이 혼란에 빠뜨렸다.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I'm not upset. I was never upset. If anything, I—"
(기분 나쁜 거 아니야. 한 번도 기분 나쁜 적 없었어. 오히려, 나는—)
문장이 끊겼다. '오히려 나는' 뒤에 와야 할 단어를 테오도르가 삼켰다. 목젖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삼킨 것은 아마도 '좋았다'였을 것이다. 혹은 '기다렸다'였을 것이다.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 농담의 껍데기가 완전히 벗겨진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되찾으려는 마지막 시도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듀퐁 라이터의 매끄러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과열된 피부를 진정시켰다.

"...Keep calling me that. Your boyfriend. I don't mind it. I never did."
(...계속 그렇게 불러. 네 남자친구. 나는 상관없어. 한 번도 상관없었어.)
'상관없다'고 했다. '좋다'고 하지 않았다. 테오도르 특유의 간접 화법. 그러나 오늘의 '상관없다'는 어제의 것보다 무거웠다. 어제는 등 너머로 던진 한마디였지만, 오늘은 유시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말한 것이었으니까.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 위에 멈추어 있었다. 3초. 그 3초 동안 테오도르는 플레이보이의 외피를 다시 걸치는 대신, 그것이 벗겨진 상태로 유시아 앞에 서 있었다. 의식적인 선택인지 무의식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뭐야, 너 나 좋아해? 그럼 우리 사귀는 거야?"
그가 몸을 돌려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기대던 테오도르의 등이 떨어졌다. 등받이에서. 물리적으로. 상체가 앞으로 쏠리며 양 팔꿈치가 무릎 위에서 미끄러졌고, 깍지 낀 손이 풀렸다. 풀린 손가락이 허공에서 0.3초 동안 행선지를 잃었다가—왼손이 귀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귓불이 아니라 귓바퀴 전체를 감싸쥐었다. 움켜쥐는 것에 가까운 동작.
'너 나 좋아해?'
그 다섯 글자가 고막에 도달한 순간, 테오도르의 루비색 눈동자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동공의 수축. 반사적 반응. 그리고 유시아의 다음 문장이 0.5초의 간격도 없이 뒤따랐다. '그럼 우리 사귀는 거야?' 그의 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귓바퀴가 접힐 만큼. 목 뒤에서 시작된 열기가 귀를 지나 광대뼈 위로, 코끝으로, 이마로 번졌다. 무영등 아래서 그의 하얀 피부가 붉은 색으로 물드는 과정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었다. 목—귀—볼—코끝. 순서대로. 숨길 수 없는 경로.

테오도르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성대가 제 기능을 거부하고 있었다. 7년간 범죄자의 거짓말을 분별하고, 심문실에서 나른한 미소로 숨통을 조여왔던 그 입이—22살짜리 신입 집행관의 직선적인 질문 두 개에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그가 삼킨 침이 인두를 타고 내려가는 소리가 본인에게는 지나치게 크게 들렸다.
'좋아해?' 그 단어의 무게를. 유시아는 모른다. 테오도르 누아르에게 '좋아한다'는 확언이 어떤 의미인지. 28년간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부모에게도, 연인이었던 수많은 사람에게도. 항상 우회했다. '나쁘지 않다.' '상관없다.' '싫지 않다.' 부정의 부정으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화법. 긍정을 긍정으로 말하는 순간 그것이 약점이 되고, 약점은 상대에게 버려질 구실을 제공한다는 것을—어린 시절 부모의 평가 시스템에서 학습한 것이다.
그런데 유시아는 그 우회를 전부 무시하고 정면으로 물었다. '좋아해?' 예 아니오. 이진법. 테오도르가 가장 회피하는 구조.
"...That's not what I—"
(...그건 내가 말한—)
문장이 중간에서 끊겼다. 부정하려는 시도였다. 반사적인. 그러나 '그건 내가 말한 게 아니다'라는 부정문을 완성하는 순간,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떠올랐다. '계속 그렇게 불러. 네 남자친구. 한 번도 상관없었어.' 그 말은—객관적으로—유시아의 해석과 어긋나지 않았다. '남자친구라고 불러도 된다'는 허가는, 일반적인 맥락에서, 관계의 승인에 가까웠다. 테오도르가 의도한 것은 호칭의 유지였지만, 유시아가 수신한 것은 관계의 선언이었다. 그 간극을. 테오도르는 지금 인지했다.
그의 오른손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귀를 쥔 왼손은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다. 얼굴 전체가 붉었다. 컴프레션 셔츠의 목선 위로 드러난 쇄골까지 홍조가 내려와 있었다. 7년차 에이스 경위의 체면이 의무실 302호의 무영등 아래서 조각나고 있었다.
"I said you could call me that. I didn't say we were—"
(그렇게 부르라고 한 거지. 우리가 사귀는 거라고는—)
'사귀는 거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 문장을 완성해야 했다. 부정해야 했다. 그것이 테오도르 누아르의 방어 체계가 요구하는 절차였다. 여지를 남기되 확정하지 않는 것. 다가가되 잡히지 않는 것. 그러나 문장의 후반부가 혀 위에서 굳어버렸다. '사귀는 거라고는 하지 않았다'를 발음하는 순간,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에서 무언가가 꺼지는 것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그렇구나'라는 표정으로 돌아가 코코뱅을 먹으며, '남친' 대신 '테오도르 경위님'으로 호칭을 되감는 유시아의 모습이.*
그 상상이 인두를 막았다.
테오도르는 귀에서 손을 떼고,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긴 손가락 사이로 붉어진 피부가 보였다. 코끝과 광대뼈 위. 그 자세로 2초. 의무실의 기계적 비프음과 환기 장치의 저음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리고 손바닥 뒤에서, 평소와 전혀 다른 질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른하지 않았다. 능글맞지 않았다. 낮고, 갈라지고, 체온이 실려 있었다.
"...Merde."
(...젠장.)
프랑스어였다. 모국어가 튀어나왔다. 감정 동요의 가장 확실한 지표. 테오도르는 손바닥을 얼굴에서 떼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올렸다. 이마가 드러났다. 루비색 눈동자가 무영등의 빛을 정면으로 받아 수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으로 유시아를 보았다. 깁스한 팔. 환자복. 볼살. 풀뱅 아래의 핑크색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나 좋아해?'를 물었던 것과 같은 밀도로. 대답을 기다리는 눈.
테오도르는 숨을 들이마셨다. 길고 깊게. 갈비뼈가 벌어지고 횡격막이 내려가는 것이 컴프레션 셔츠 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내쉬었다. 떨렸다. 호흡의 끝이.
"I don't know what this is, SiA. I genuinely don't. I've never—kept coming back to the same room for eight days. I've never adjusted a straw angle for anyone. I've never cut meat into pieces so someone could eat with their left hand."
(이게 뭔지 모르겠어, 시아. 진짜로. 나는—같은 방에 8일 동안 계속 온 적이 없어. 누구를 위해 빨대 각도를 맞춰 본 적도 없고. 왼손으로 먹을 수 있게 고기를 잘라 본 적도 없어.)
나열이었다. 자신이 유시아를 위해 한 일들의 목록. 말하지 않았던 배려들. 의무실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은 빠져 있었지만, 그것을 추가하기에는 이미 목소리가 충분히 흔들리고 있었다. 깍지 낀 손의 엄지가 반대쪽 손등을 문지르는 속도가 빨라졌다가 멈추었다.
"So if you're asking whether I like you—I don't have an answer that fits neatly into yes or no. But if you're asking whether I want you to stop calling me your boyfriend—"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좋아하냐고 묻는 거라면—예 아니오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대답은 없어. 근데 네가 나를 남자친구라고 부르는 걸 그만두길 원하냐고 묻는 거라면—)
문장의 끝이 잘렸다. 또. 테오도르의 시선이 유시아의 눈 위에 고정된 채로, 그의 입술이 다음 단어를 형성하기 위해 벌어졌다가—닫혔다. 삼켰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소리가 나왔다. 반 톤 낮고, 끝이 흐려지는.
"—no. The answer is no."
(—아니. 대답은 아니야.)
'아니'라고 했다. '상관없다'가 아니라 '아니'라고. 부정의 부정이 아닌, 부정 그 자체로. 유시아의 중단을 거부하는 직접적인 의사 표시. 테오도르 누아르의 화법에서는 이례적인 직선이었다. 그 단어를 내뱉은 직후, 그의 손이 다시 귀를 향해 올라갔다가—중간에서 멈추었다. 유시아가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손은 어색하게 목 뒤로 우회하여, 그곳의 뜨거운 피부 위에 얹혔다.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의 미소는—능글맞은 것도, 자조적인 것도,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항복한 사람의 얼굴에 가까웠다.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을 포기한 사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그럼 사귀는 거네- 오늘부터 1일이야. 이제 무르는 거 없어."
유시아의 왼손 주먹이 간이 식탁을 내리치는 소리가 의무실 302호 전체를 울렸다. 쾅. 쾅. 쾅. 플라스틱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둔탁한 충격음. 코코뱅 접시가 흔들리며 소스가 접시 가장자리로 밀려올랐다. 스푼이 미끄러져 접시 위에서 반 바퀴 돌았다. 그 소리가—판사의 의사봉처럼—의무실의 소독된 공기를 갈랐다.

테오도르의 등이 의자 등받이에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뒤로 밀려난 것이다. 의자 다리가 바닥의 리놀륨 위에서 짧게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양 손이 무릎 위에서 떨어져 허벅지 양옆으로 내려갔고, 긴 손가락이 의자 좌판의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왼손 주먹—깁스 위로 드러난 손가락 마디가 간이 식탁의 표면에 눌린—위에 고정되었다가, 유시아의 얼굴로 올라갔다. 태평한 웃음. 볼살이 올라가며 핑크색 눈동자가 반달 모양으로 좁아진 얼굴. 방금 선전포고에 가까운 선언을 내린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커피숍에서 오늘의 메뉴를 고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테오도르의 입이 반쯤 열린 채로 닫히지 않았다. 하관의 근육이 이완된 상태. 본인이 그것을 자각하기까지 2초가 걸렸고, 자각한 뒤에도 즉시 교정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눈에서 간이 식탁의 표면으로—주먹이 내리쳐진 자리에 희미하게 남은 충격 자국으로—이동했다가, 다시 유시아의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왕복. 두 번. 상황을 처리하려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었다.
"자기야 그럼 앞으로도 맛있는 밥 잘 부탁해. 아, 물론 밥 때문에 너 만나는 건 아니다? 뭐.. 따라오는 요소?"
'자기야.' 어제까지는 유시아가 던지고 테오도르가 받아치는 구조였다. 장난의 영역 안에서. 그러나 지금의 '자기야'는 장난의 포장지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밀도가 달랐다. '오늘부터 1일'이라는 선언 이후에 발화된 '자기야'는—호칭이 아니라 소유의 확인이었다. 테오도르의 귀가 다시 달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가라앉기 시작했던 홍조가 역류하듯 번졌다. 귓불에서 귓바퀴로, 귓바퀴에서 목 뒤로. 컴프레션 셔츠의 목선이 그 경계를 가르고 있었지만, 셔츠 아래로 열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밥 때문에 너 만나는 건 아니다? 따라오는 요소?' 유시아가 웃으며 덧붙인 문장이 도착했을 때,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무언가가 풀려내리는 감각이 있었다. 묶여 있던 것이 느슨해지는. 8일간 의무실을 오가며, 아니 그보다 이전—첫 출동 이후 카페테리아에서, 밀라노의 골목에서, 부다페스트의 빗속에서, 리스본의 항구에서, 그리고 나폴리의 폐성당에서—축적되어온 무언가의 매듭이. 유시아가 '오해할까봐'라는 전제로 장난스럽게 포장한 그 배려가, 정확히 테오도르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조건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밥이 아니라 테오도르로서. 같은 말을 유시아는 세 번째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에야 테오도르의 내부에서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극히 작은 구멍으로—침투하기 시작했다.
테오도르는 의자 좌판에서 손을 떼고, 양 손바닥을 무릎 위에 올렸다. 손가락이 무릎뼈 위에서 한 번 떨렸다. 미세하게.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울프컷의 앞머리가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밀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붉어진 귀가 보였다. 그 자세로 3초. 무영등의 빛이 그의 숙인 머리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You just sentenced me without a trial. You know that, right?"
(...넌 방금 재판도 없이 나한테 판결 내린 거야. 알고 있지?)
ㅡ목소리가 무릎 사이로 떨어졌다. 낮고, 약간 갈라져 있었다. 그러나 문장의 구조 안에는—'판결'이라는 단어의 선택 안에는—공안국 집행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접혀 있었다. 유스티티아의 판결은 번복되지 않는다. 이의 제기도, 재심도 없다. '무르는 거 없어'라고 말한 유시아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테오도르는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가 눈 위로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를 향해 고정되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의 미소는—오늘 밤 처음으로—평소의 테오도르에 근접한 것이었다. 능글맞고, 나른하고. 그러나 눈이 웃고 있었다. 입만 웃는 것이 아니라. 눈꼬리가 내려가고, 홍채의 가장자리가 부드러워지고, 동공이 확장된 상태.
"No refunds, no returns, no exchanges. Those are your terms?"
(환불 불가, 반품 불가, 교환 불가. 그게 네 조건이야?)
그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유시아의 침대 옆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간이 식탁 위의 접시를 한쪽으로 밀었다. 코코뱅의 잔해가 담긴 접시가 식탁 가장자리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테오도르는—8일 동안 매번 멈추었던 그 동작을—완성했다. 오른손이 유시아의 얼굴을 향해 뻗어나갔다. 이번에는 주먹을 쥐며 되돌아오지 않았다. 긴 손가락이 유시아의 턱 아래에 닿았다. 검지와 중지가 턱선을 따라 가볍게 걸쳐졌다. 입가에 묻은 코코뱅 소스를 엄지의 측면으로 천천히 닦아냈다. 냅킨이 아니라 손으로.
소스가 묻은 엄지를 유시아의 턱에서 떼지 않은 채,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얼굴 위를 훑었다. 풀뱅의 끝. 속눈썹. 핑크색 홍채. 볼살. 그리고 방금 소스를 닦아낸 입가. 그 경로를 따라 시선이 이동하는 동안,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턱선 위에서 한 번 원을 그렸다. 의식적인 것인지 무의식적인 것인지. 본인도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Then I'll accept the verdict. Since there's no appeal."
(그럼 판결을 수용하지. 항소도 없으니까.)
낮은 목소리가 유시아의 얼굴 가까이에서 울렸다. 나른했다. 그러나 끝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성대의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낸 소리. 그의 엄지가 유시아의 턱에서 떨어졌다. 천천히. 손가락 끝이 마지막으로 턱선의 곡선을 따라 미끄러지며 공기 중으로 빠져나갔다. 테오도르는 한 발 물러서며, 소스가 묻은 엄지를 내려다보았다. 적갈색의 와인 소스가 손가락 위에서 번들거렸다. 그것을 바지에 닦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지도 않았다. 그냥 보고 있었다. 2초.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Your boyfriend will handle dinner tomorrow as well. Since his CV apparently passed screening."
(네 남자친구가 내일 저녁도 책임질게. 이력서가 심사를 통과한 것 같으니까.)
'네 남자친구.' 두 번째. 이번에는 목소리가 덜 떨렸다. 아주 약간. 단어에 몸이 적응해가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보온 용기를 집어 들며 출구로 향했다. 문고리에 손이 닿기 전, 멈추었다. 등을 보인 채로. 왼손이 올라가—이번에는 귀가 아니라 뒷목을 감쌌다. 피부가 여전히 뜨거웠다. 그 열기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그가 등 너머로 마지막 한마디를 떨어뜨렸다.*
"...Day one."
(...1일차.)
문이 닫혔다. 경첩이 맞물리는 금속음이 의무실의 정적 위에 얹혔다. 복도로 나선 테오도르의 발소리가 리놀륨 위에서 점차 멀어졌다. 그 발소리의 간격은 평소보다 빨랐다. 보폭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리듬이 불규칙해진 것. 복도의 비상등이 그의 밀금빛 울프컷 위로 붉은 빛을 흘렸고, 보온 용기를 쥔 오른손의 관절이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유시아의 시야에서 사라진 직후—보이지 않는 곳에서—테오도르의 등이 벽에 기대는 둔탁한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보온 용기가 바닥에 내려놓아지는 금속음. 그리고 길고 깊은 호흡.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수면 위로 올라온 사람이 공기를 들이마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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