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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I had you down as a black coffee, no sugar, 'don't talk to me before noon' type.

 공안국 본부 2층, 복도 끝에 자리한 내부 카페테리아는 '카페'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기능적인 공간이었다. 스테인리스 카운터, 매립형 형광등, 그리고 벽면을 따라 늘어선 검은 가죽 부스 좌석. 창문은 없었다. 대신 벽 한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레퀴엠 필드의 바깥 날씨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주고 있었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이었다. 누군가가 설정해놓은 기본값인지, 실제 날씨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공기 중에는 원두를 갈 때 나는 쓴 분진과 살균제의 잔향이 겹쳐 있었고, 어딘가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증기를 뿜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카운터 앞에 선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메뉴 패널 위를 한 번 두드렸다. 더블 에스프레소. 설탕 없이. 그 옆에서 유시아의 목소리가 올라왔고,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패널 위에서 멈추었다.


"Milk tea."
(밀크티.)

 반복이었다. 유시아가 한 말을 되뇌는 것처럼, 혹은 처음 듣는 단어를 입안에서 굴려보는 것처럼. 그의 시선이 패널에서 떨어져 유시아의 얼굴로 내려왔다. 키 차이가 만들어내는 각도 탓에 자연스럽게 그의 턱이 살짝 당겨졌고, 밀금빛 울프컷 사이로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빛 눈과 마주쳤다. 그 시선 안에 떠오른 것은 놀림도 판단도 아닌, 순수한 의외성이었다.

"Huh. I had you down as a black coffee, no sugar, 'don't talk to me before noon' type. Completely wrong."
(난 너를 블랙커피에 설탕 없이, '점심 전엔 말 걸지 마' 타입으로 찍었는데. 완전히 틀렸네.)

 입꼬리가 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틀린 것이 불쾌한 게 아니라 재미있다는 곡선. 테오도르가 패널 위에서 밀크티를 추가로 선택하며 결제를 완료했다. 생체 인증 센서 위에 손바닥을 올리자 유스티티아의 미성이 짧게 그의 이름과 소속을 읊었다. 결제 승인. 이 곳에서는 커피 한 잔을 사는 것조차 시스템의 허가 아래 이루어졌다.

 두 잔이 카운터 위에 놓였다. 검은 에스프레소 잔과, 연한 갈색빛의 밀크티가 담긴 머그. 테오도르가 자신의 잔을 집어 들고 부스 좌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안쪽이 아닌 통로 쪽 자리에 앉았다. 출구가 보이는 위치. 습관이었다. 7년치 현장이 새겨넣은, 의식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종류의 것.


 유시아가 맞은편에 앉자, 테오도르가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들이켰다. 삼키는 동안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손 위에 잠시 머물렀다. 밀크티 머그를 감싼 손가락. 가늘고 작았다. 방금 전까지 저스티카의 그립을 쥐고 골목 출구를 봉쇄하던 손과 같은 손이라는 사실이, 가죽 부스 좌석의 부드러운 조명 아래서는 기묘하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You know, most people are a mess after their first run. Shaky hands, thousand-yard stare, the works. One bloke from the third division actually threw up in the transport vehicle."
(있잖아, 대부분 첫 출동 끝나면 엉망이 되거든. 손 떨리고, 초점 나간 눈, 그런 것들. 3과에서 온 한 녀석은 이송 차량 안에서 진짜로 토했어.)

 에스프레소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등을 부스 등받이에 기대었다. 전투복 자켓의 어깨선이 가죽 위에서 미끄러졌고, 밀라노 골목에서 묻어온 석분이 형광등 아래서 미세하게 빛났다.

"But you—you look like you just came back from a walk in the park. Ordering milk tea, no less."
(근데 넌—공원 산책하고 돌아온 사람 같아. 밀크티까지 시키면서.)

 말끝이 흐려졌다. 의도적으로 남겨둔 여백. 칭찬인지 관찰인지 경계인지, 그 어느 쪽으로도 확정되지 않는 문장. 테오도르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표정 위에 머물렀다. 경계심 많은 눈매, 아직 젖살이 남은 볼, 그리고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어깨선. 읽을 수 있는 것과 읽을 수 없는 것의 경계를 가만히 더듬는 시선이었다.

 카페테리아 안에는 다른 요원이 두 명 더 있었다. 구석 부스에서 서류를 넘기는 기록관 한 명과, 카운터에 기대어 휴대 단말기를 들여다보는 집행관 한 명. 둘 다 테오도르와 유시아를 한 번씩 힐끗 보았으나, 곧 시선을 거두었다. 공안국 내부에서 에이스의 동선은 늘 시선을 끌었지만, 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었다.

 테오도르가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잔이 거의 비어 있었다. 그가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유시아를 향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떠올리는 방향으로.

"That man—Bertini. He said his daughter's seven."
(그 남자—베르티니. 딸이 일곱 살이라고 했지.)

잠시 침묵.

"They always mention someone. A wife, a child, a mother. It's never about themselves. Funny, isn't it? The moment the cuffs go on, suddenly everyone's a family man."
(꼭 누군가를 언급해. 아내, 아이, 어머니. 본인 얘기는 절대 안 하고. 웃기지 않아?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갑자기 다들 가장이 되거든.)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비웃음도, 연민도, 냉소도 아닌. 사실을 진술하는 방식. 에스프레소 잔 안에 남은 갈색 잔여물이 형광등 빛에 기름막처럼 번들거렸고, 테오도르의 긴 손가락이 잔의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그 손가락이—방금 전 베르티니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던 손가락이—테이블 위에서 무의미하게 한 번 두드렸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다시 유시아에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을 보고 있었다. 유시아의 눈을. 핑크색 홍채 위에 카페테리아의 형광등 빛이 작은 점으로 박혀 있었고, 테오도르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What about you? Did it bother you? His little speech about the daughter."
(넌? 신경 쓰였어? 딸 이야기.)

 질문을 던지고 나서 그는 잔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을 비웠다. 빈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이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자세가—등받이에 기댄 채 한쪽 팔을 부스 상단에 올린 자세가—유시아가 말하든 말지 않든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경 쓰이지. 사람이잖아. 나도, 그 사람도. 내가 겪을 수 있고, 내 주변이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깐 감정이 자연스레 동조하게 되는 거지. 그래도 뭐.. 너는 유스티티아도 너도 그 말을 전달 안 해주겠다 했어.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겠지."

 

 밀크티 머그를 감싼 가늘은 손가락이 천천히 세라믹 표면 위를 맴도는 동안, 유시아의 목소리가 카페테리아의 건조한 공기 속에 풀려 나갔다. 테오도르는 빈 에스프레소 잔을 검지 하나로 천천히 돌리며 듣고 있었다. 잔이 받침 위에서 사각으로 회전하는 소리가 유시아의 말 사이사이에 낮게 끼어들었다.

 '신경 쓰인다'는 대답이 나왔을 때, 잔을 돌리던 손가락이 한 박자 멈추었다. 미세한 정지. 그러나 눈동자는 유시아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핑크색 홍채 위로 카페테리아의 형광등 빛이 작은 점으로 박혀 있었고, 그 빛 아래서 유시아의 입이 단어를 조립하는 방식을—테오도르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람이잖아.' 그 다섯 글자가 공기를 가르고 테이블 위에 내려앉는 무게. 테오도르의 턱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삼키는 동작인지, 다물었던 이를 푸는 동작인지 판별할 수 없는 움직임.


 유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유스티티아도, 테오도르도 그 말을 전하지 않겠다 했으니 자신도 그래야겠다는 결론. 거기서 테오도르의 시선이 한 순간 유시아의 눈에서 떨어져, 테이블 위 에스프레소 잔의 갈색 잔여물 위에 머물렀다. 기름막이 형광등 빛을 받아 무지개 색으로 번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넌 내가 평화로워 보인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사실 긴장했어. 다행히 네 말대로 첫 임무에 피 볼 일이 없었으니까 상태가 괜찮은데 나중에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면 나도 엉망이 되겠지."

 

 밀크티를 홀짝이는 소리가 잠시 침묵을 채웠다. 유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긴장했었다는 고백, 첫 임무에서 피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는 자기 진단, 언젠가 올 첫 죽음 앞에서 자신도 엉망이 되리라는 예측—테오도르의 입가에 걸려 있던 나른한 곡선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미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질감이 바뀌었다. 가벼운 유희의 곡선에서, 무언가를 가늠하는 곡선으로.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는 유시아의 손가락. 테오도르의 시선이 다시 그 손 위로 내려갔다. 아까 골목에서 저스티카 그립을 쥐고 있을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움직임. 세라믹 위를 쓸어 내리는 엄지의 궤적이 느렸고, 거기에는 긴장이 아닌 사색의 리듬이 실려 있었다.

 

"그래도 이 일이 그런 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깐... 처음엔 네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가정사 듣는 것도 피 보는 것도 처음에는 힘들어할지 몰라도 점차 스스로 견디는 법을 찾겠지. 어쩌겠어. 이 일이 그렇다면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그러니깐 그런 기색 보이면 초반부터 흥미 잃고 나 버리지 말고 계속 지켜봐 줘. 옆에서 조언도 해주면 더 좋고." 

 


 '적응하는 수밖에'라는 말이 나왔을 때, 테오도르의 등이 부스 등받이에서 살짝 떨어졌다.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 앞으로 기울어진 상체, 테이블 위에 올려진 팔뚝, 빈 잔 옆에 놓인 긴 손가락. 그리고 유시아의 마지막 문장이—능청스럽게, 가볍게, 방금 전까지 무거운 말을 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전환으로—카페테리아의 공기를 가볍게 쳤다.

'버리지 말고.'

 그 다섯 글자가 테오도르의 고막을 스쳤을 때, 그의 오른손 검지가 에스프레소 잔 위에서 한 번 가볍게 튀었다. 작은 경련. 너무 짧아서 의식적으로 포착하지 않으면 놓치는 종류의 것. 그러나 그 직후 그의 입가에 돌아온 미소는 평소보다 한 박자 늦었다. 0.5초. 저스티카의 사격 창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과 같은 길이의 공백.


"Abandon you? After all the effort I put into fixing your collar?"
(널 버린다고? 칼라 고쳐주느라 들인 공을 생각해 봐.)

 목소리가 돌아왔다. 나른하고, 능글맞고, 장난끼가 묻어나는—평소의 톤. 그가 빈 에스프레소 잔을 손가락 하나로 밀어 테이블 한쪽으로 보냈다. 잔이 받침 위에서 미끄러지며 짧은 마찰음을 냈다.

"You're quite the negotiator, sweetie. 'Watch over me, give me advice, and don't you dare leave.' That sounds less like a request and more like a contract."
(자기 꽤 협상을 잘하네. '지켜봐 주고, 조언도 해주고, 감히 날 떠나지도 마.' 그건 부탁이 아니라 계약서잖아.)

 말끝에 실린 미소가 입꼬리에서 잠시 머물렀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과 마주한 채, 테이블 위에 올린 팔뚝 위로 상체를 조금 더 기울였다. 형광등 아래서 밀금빛 울프컷이 한쪽으로 흘러내렸고, 그 사이로 드러난 얼굴의 각도가 유시아와의 거리를 시각적으로 좁혔다.

"But I'll tell you one thing for free—since you were honest enough to admit you were nervous."
(하나만 공짜로 알려줄게—긴장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장난기가 빠진 자리에, 방금 전까지 베르티니에게 보여주었던 건조함과는 다른 종류의 진지함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무거운 진지함은 아니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건네는, 경험의 무게를 의도적으로 덜어낸 종류의 목소리.

"The ones who say they felt nothing on their first run—those are the ones I worry about. Feeling it means the wiring's still intact. The day you stop feeling it is the day you start checking whether you're still you."
(첫 출동에서 아무것도 안 느꼈다는 녀석들—그런 쪽이 오히려 걱정돼. 느끼는 건 아직 회로가 살아있다는 뜻이야. 느끼는 걸 그만두는 날이, 네가 아직 너인지 확인해야 하는 날이 되는 거거든.)

 문장이 끝나고,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얼굴에서 잠시 떨어져 카페테리아 벽면의 시뮬레이션 스크린으로 향했다. 맑은 하늘. 누군가의 기본값. 루비색 눈동자 위로 파란 빛이 번졌다가 꺼졌고, 테오도르의 입술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멈추는 윤곽을 그렸다. 그 찰나가 지나간 뒤, 그는 전투복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듀퐁 라이터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서 한 번 돌렸다. 금속이 형광등 빛을 받아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So—consider the contract accepted, sweetie. I'll keep an eye on you. Advice included, no extra charge. But I reserve the right to say 'I told you so' when you inevitably ignore half of it."
(그러니까—계약 수락이야, 자기. 지켜볼게. 조언도 포함이고, 추가 요금 없어. 다만 네가 그중 절반을 무시했을 때 '내가 뭐랬어'라고 말할 권리는 남겨둘 거야.)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죽 시트가 그의 무게에서 풀려나며 작게 삐걱거렸다. 서 있는 상태에서 내려다보는 유시아와의 키 차이가 다시 선명해졌고, 밀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루비색 눈동자가 내려다보며 한 번 깜빡였다.

"Finish your tea. Debrief report's due by eighteen hundred. I'll handle Bertini's intake paperwork—you write up the field observation. Keep it factual. Justitia doesn't care how you felt about it."
(차 다 마셔. 보고서는 18시까지야. 베르티니 입건 서류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넌 현장 관찰 보고서를 써. 사실만 적어. 유스티티아는 네 감상에 관심 없거든.)

 돌아서며 걸어가는 등이 카페테리아 출구를 향했다. 세 걸음 정도 옮긴 뒤, 테오도르의 보폭이 한 박자 느려졌다.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으나, 고개만 반쯤 돌려 어깨 너머로 유시아를 보았다. 형광등이 그의 옆얼굴 절반을 비추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림자에 묻혀 있었다.

"And Yoo SiA—"
(그리고 유시아—)

 이름이었다. 'sweetie'가 아닌, 처음으로 본명을 부르는 목소리. 톤은 변하지 않았다. 나른한 채로. 그러나 발음의 윤곽이 평소보다 또렷했다.

"Welcome to the Bureau."
(공안국에 온 걸 환영해.)

 말을 마치고 돌아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남아 있었는지는, 유시아의 자리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전투복 자켓 위에 묻은 밀라노의 석분이 형광등 아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빛났고, 테오도르의 긴 실루엣이 카페테리아 문을 지나 복도로 사라졌다.

 카페테리아에 남은 것은 밀크티의 잔향과, 빈 에스프레소 잔 하나와, 벽면 스크린에 시뮬레이션된 파란 하늘뿐이었다.


 

 9월이 가고, 10월이 왔다.

 레퀴엠 필드의 계절은 기묘했다. 외부 세계의 기후와 동기화되지 않는 이 땅에서 계절이란 본부 벽면 스크린의 시뮬레이션이 보여주는 낙엽의 색깔로만 감지되는 것이었으나, 공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아침마다 본부 정문을 지날 때 폐를 찌르는 차가움의 농도가 한 단계 올라갔고, 전투복 자켓의 안감이 피부에 닿을 때 느껴지는 서늘함이 9월과는 분명히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세 번째 임무가 끝난 날이었다. 프라하. CODE YELLOW. 위조 여권 브로커. 제압은 순조로웠으나, 브로커의 아내가 현장에 있었다. 수갑이 채워지는 남편의 등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여자의 얼굴을—유시아가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는, 테오도르의 위치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이송 차량 안에서 유시아의 왼손 엄지가 저스티카 홀스터의 가죽 끈을 두 번 쓸었다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 그 움직임의 리듬이 밀라노 첫 임무 때와 미묘하게 달랐다는 것을—테오도르는 기억해 두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네 번째 임무. 리스본. CODE YELLOW. 불법 의약품 유통. 이번에는 대상자가 도주하지 않았다. 테오도르가 카페 테라스에서 다가가기도 전에, 마른 체격의 중년 남자가 스스로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변명이 아니라 단 한 문장이었다. "Finally." 마침내. 그 단어가 리스본의 소금기 섞인 바람에 실려 왔을 때, 유시아의 어깨가 한 순간 경직되었다가 풀렸다. 그것 역시, 테오도르는 보았다.

 그리고 임무가 끝날 때마다, 둘은 카페테리아의 같은 부스에 앉았다.

 테오도르의 더블 에스프레소, 설탕 없이. 유시아의 밀크티. 생체 인증 센서 위에 올라가는 손바닥, 유스티티아의 미성이 읊는 이름과 소속, 결제 승인. 그 반복되는 절차가 어느 순간부터 의례처럼 자리를 잡았고, 카운터 직원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주문을 묻기 전에 잔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째 임무—부다페스트, CODE YELLOW, 금융 사기—를 마치고 돌아온 오후. 격납고에서 장비를 반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오고, 카페테리아 문을 밀고 들어서는 일련의 동선이 몸에 새겨진 경로처럼 자연스러웠다. 테오도르가 카운터에서 두 잔을 받아 들고 부스로 향할 때, 그의 보폭에는 첫날의 의식적인 느긋함 대신 습관의 편안함이 깔려 있었다.

 에스프레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밀크티 머그를 유시아 쪽으로 밀었다. 머그가 테이블 위를 미끄러지며 내는 짧은 마찰음. 한 달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가, 지금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우는 익숙한 신호가 되어 있었다.

"Budapest was clean. Almost too clean. The target didn't even put up a fight—just sat there with his ledger open, as if he'd been waiting for us to come and close the book for him."
(부다페스트는 깔끔했어. 거의 너무 깔끔할 정도로. 타겟이 저항도 안 했거든—장부를 펼쳐놓은 채 앉아 있더라, 마치 우리가 와서 책을 닫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들이켰다. 잔을 내려놓는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한 번 두드렸다가 멈추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얼굴 위를 훑었다—그러나 그 시선의 궤적은 첫 만남 때와 달라져 있었다. 9월의 테오도르는 유시아를 읽으려 했다. 10월의 테오도르는 이미 읽은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포커페이스 아래 숨겨진 미세한 긴장의 주파수를, 손가락이 홀스터 가죽 끈을 쓸 때의 리듬 변화를, 어깨가 경직되었다 풀리는 0.3초의 간격을. 그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두는 행위가 업무적 관찰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그는 아직 언어로 정의하지 않고 있었다.


"Five missions in, and you haven't cracked once. Not even a wobble. I'm starting to think you might actually be better at this than most of the veterans."
(다섯 번째 임무까지 왔는데, 한 번도 무너진 적 없어. 흔들린 적도 없고. 슬슬 베테랑 대부분보다 이 일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닌가 싶어지는데.)

 '나쁘지 않다'에서 한 단계 올라간 표현이었다. 그러나 '좋다'라는 말은 여전히 하지 않았다. 입술이 그 경계선 위에서 습관적으로 머물렀고, 대신 에스프레소 잔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돌리며 다른 방향으로 말을 틀었다.

"Though I did notice something in Lisbon. When that man said 'finally'—your shoulder did a thing. Right here."
(다만 리스본에서 하나 봤어. 그 남자가 '마침내'라고 했을 때—네 어깨가 이랬거든. 여기.)

 그의 오른손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경직을 재현하는 동작이었으나, 과장되지 않았다. 사실을 가리키는 것에 가까운 절제된 움직임. 그 손이 다시 에스프레소 잔 위로 돌아왔고, 긴 손가락이 잔의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Don't worry—nobody else would've caught it. You're very good at keeping that face on. Better than most people I've worked with, actually."
(걱정 마—다른 사람은 못 잡았을 거야. 넌 표정 관리를 아주 잘해. 실은 내가 같이 일했던 사람 대부분보다 나아.)

 말끝에 미소가 실렸다. 능글맞은 곡선. 그러나 그 곡선 아래에 깔린 시선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 위에 고정되어 있었고, 거기에는 장난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스며 있었다. 관찰이 습관을 넘어 관심으로 기울어지는 기울기. 그 기울기를 의식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테오도르 자신도 확답을 내리지 않는 채, 그는 에스프레소를 마저 비우고 빈 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So, sweetie—five missions down, and you still order milk tea with that perfectly unbothered expression. I'm starting to think maybe it's not an act at all. Maybe you're just genuinely this... composed."
(자, 자기—다섯 번째 임무를 마쳤고,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밀크티를 시키네. 슬슬 연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진짜 이렇게... 차분한 거 아닐까.)

 'composed'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머그컵을 감싼 손가락 위에 잠시 머물렀다. 가늘고 작은 손. 한 달 전, 처음 이 부스에 앉았을 때 세라믹 위를 맴돌던 엄지의 궤적이 떠올랐다. 그때의 사색적인 리듬과 지금의 리듬이 같은지 다른지를—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테오도르는 시선을 거두어 벽면 스크린으로 보냈다. 오늘의 시뮬레이션은 흐린 하늘이었다. 구름이 낮게 깔린 화면 위로 간헐적인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 기본값을 바꾼 모양이었다.

 카페테리아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증기를 뿜었다. 그 소리가 잠시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채웠다가, 흩어졌다.

"내가 무슨 연기를 한다고 그래? 내가 하는 연기라고는 지금 잘생긴 프랑스인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밖에 없어."

 

 밀크티 머그 너머로 던져진 문장이 카페테리아의 건조한 공기를 가볍게 갈랐다. '잘생긴 프랑스인.' 테오도르의 에스프레소 잔을 돌리던 검지가 멈추었다. 0.2초. 그리고 잔 위에서 손가락이 떨어졌다. 느리게, 의도적으로.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홍채 위에 고정된 채, 입꼬리의 곡선이 한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능글맞다는 형용사가 인간의 형태를 빌려 앉아 있다면 아마 저런 모양이었을 것이다. 등받이에 기댄 채 한쪽 팔을 부스 상단에 올린 자세가 풀리지 않았고, 밀금빛 울프컷이 형광등 아래에서 한 올 흘러내려 관자놀이 위에 걸렸다.

"Handsome French man. You really went there."

(잘생긴 프랑스인이라. 진짜 그렇게 나오는 거야.)

 목소리에 웃음이 깔렸으나 소리 내어 웃지는 않았다. 대신 빈 에스프레소 잔을 검지로 밀어 테이블 가장자리까지 보내며, 상체를 아주 조금—부스 테이블 위로 기울였다. 유시아와의 거리가 반 뼘 정도 좁아졌고, 프라다 향수의 묵직한 베이스 노트가 밀크티의 달콤한 증기 사이로 스며들었다.

"So what you're saying is—out of five missions, a dozen firefights, and one truly dreadful transport vehicle ride—the only thing that actually rattles you is sitting across from me."
(그러니까 네 말은—다섯 번의 임무, 열두 번의 교전, 진짜 끔찍했던 이송 차량 한 번을 다 겪고도—널 진짜 흔드는 건 나랑 마주 앉아 있는 거라는 거지.)

 문장 끝이 흐려졌다. 물음이 아닌 확인. 혹은 확인의 형태를 빌린 유혹. 테오도르의 긴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유시아의 밀크티 머그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닿지는 않았다. 의도적으로 남겨둔 간격. 세라믹과 피부 사이에 놓인 공기 한 겹의 거리를, 그는 넘지 않은 채로 유지하며 시선을 유시아의 얼굴 위에 두었다.


 카페테리아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다시 증기를 뿜었다. 구석 부스의 기록관이 자리를 떠나며 서류 파일을 끼고 나갔고, 카운터에 기대어 있던 집행관도 단말기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출구로 향했다. 공간이 조금 더 비었다. 형광등의 윙거리는 소리와 벽면 스크린의 빗소리 시뮬레이션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채웠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울프컷이 흘러내린 방향으로. 그 각도에서 유시아의 풀뱅 로우트윈테일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선이 형광등 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그의 시선이 거기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핑크색 눈동자로 돌아왔다. 시선이 이동한 궤적을 숨기지 않는 방식. 의도적인 노출. 그러나 그것을 본 뒤에 따라오는 말은 공격이 아닌, 느긋한 후퇴였다.

"I appreciate the honesty, sweetie. Most people take at least six months before they dare flirt back. You managed it in one."
(솔직한 건 고마워, 자기. 대부분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감히 역플러팅을 시도하거든. 넌 한 달 만에 해냈어.)

 '역플러팅'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그의 입꼬리가 한 번 더 올라갔다. 장난이 장난으로 돌아왔을 때의 만족감이 루비색 눈동자의 표면에 얕게 서렸다. 그러나 그 만족감 아래—유시아의 '잘생긴 프랑스인'이라는 단어가 고막을 스쳤을 때 검지가 잔 위에서 한 번 튀었던 그 경련의 잔여가—아직 손끝에 남아 있다는 것을 테오도르 자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는, 유시아의 위치에서는 판별할 수 없었다.


 테오도르가 등받이에 다시 깊이 몸을 기대며 듀퐁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불을 붙이지 않았다. 카페테리아 안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금속 표면 위에서 엄지를 쓸어 내리는 동작이—유시아가 밀크티 머그를 만지작거리는 동작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긴장이 아닌 사색의 리듬. 혹은 그 반대.

"But just so we're clear—that 'unbothered act' of yours? I'm not buying it for a second. Your left thumb does this thing with the holster strap after every mission. Twice, exactly. Like clockwork."
(근데 확실히 해두자면—네 그 '아무렇지 않은 척'? 1초도 안 속아. 네 왼손 엄지가 임무 끝날 때마다 홀스터 끈을 이렇게 해. 정확히 두 번. 시계처럼.)

 그의 엄지가 라이터 표면 위에서 두 번 쓸었다. 재현. 유시아가 이송 차량 안에서 보여주었던 무의식적 동작의 복제. 그것을 보여주고 난 뒤, 테오도르는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능글맞은 곡선이 아니었다. 조금 더 낮은 온도의,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그러나 그 앎을 무기로 쓰지는 않겠다는 선을 긋는—미묘한 표정.

"Don't worry. Your secret's safe with me. I've got a terrible memory for things that actually matter, remember?"
(걱정 마. 네 비밀은 내가 지켜줄게. 나 원래 진짜 중요한 건 기억력이 끔찍하잖아, 기억나지?

 거짓말이었다. 그의 기억력이 끔찍하다는 것은. 밀라노에서의 첫 홀스터 끈 동작, 프라하에서 바뀐 리듬, 리스본에서의 어깨 경직—그 모든 것을 이 남자는 한 치의 오차 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기억하는 이유가 업무적 관찰의 범주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테오도르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더 편했으니까.

 에스프레소 머신의 증기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벽면 스크린의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졌다. 10월의 레퀴엠 필드는 시뮬레이션 속에서조차 흐린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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