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How's that? Still banned?
식사가 끝나고 머그가 싱크대에 놓인 뒤, 테오도르는 소파 쿠션 위에 유시아를 눕혔다. 엎드린 자세. 유시아의 턱 아래에 쿠션 하나를 밀어 넣은 것은 목이 꺾이지 않도록. 테오도르의 셔츠를 입은 유시아의 등이 소파 위에 펼쳐졌고, TV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의 무해한 BGM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소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유시아의 허리 위에 양손을 올려놓았다. 손바닥이 셔츠 원단 위에 닿는 감각.
"Tell me if it hurts."
(아프면 말해.)
왼손 엄지가 척추 옆 근육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요추 주변. 어젯밤 다섯 시간 동안 자기 골반이 밀어붙인 반동을 유시아의 허리가 고스란히 받아낸 자리. 근막이 경직되어 있었다. 엄지에 체중을 실어 눌렀을 때, 유시아의 등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테오도르는 압력을 줄이지 않았다. 줄이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대신 원을 그리듯 천천히 풀어나갔다. 엄지와 검지 사이로 근육의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Here's the worst part, isn't it? Right along the lower back."
(여기가 제일 심하지? 허리 아랫쪽.)
묻는 형태였으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억양이었다. 어젯밤 자기 몸이 유시아의 몸 위에 어떤 하중을 실었는지, 어떤 각도에서 얼마나 오래 밀어붙였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정확도로 손이 통증의 진원지를 짚어내고 있었다. 양 엄지가 척추 양옆을 따라 내려가며 요추에서 천골 경계까지 풀어주었다. 유시아의 호흡이 달라지는 것이 손바닥 아래로 전해졌다. 참고 있던 숨이 풀리며 내뱉어지는 것.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한쪽만 미세하게 올라갔다.
허리 근육의 경직이 어느 정도 풀렸을 때 손이 내려갔다. 셔츠의 하단을 넘어 맨살이 드러난 허벅지 뒤쪽으로. 손바닥이 유시아의 왼쪽 허벅지 뒤를 감싸듯 쥐었다. 어젯밤 자기 손이 밀어 올려 펼쳤던 허벅지. 근육이 아직 경직되어 있었다. 안쪽보다 바깥쪽이 더 굳어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근육의 결을 따라 위아래로 밀어주기 시작했다. 유시아의 다리가 한 번 떨렸다. 간지러움인지, 통증인지, 혹은 어젯밤의 기억이 피부에 남아 만들어낸 반사인지 테오도르는 판단하지 않았다. 판단하면 손이 멈출 수 있었으므로.
오른쪽 허벅지로 넘어갔을 때 테오도르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허벅지 안쪽. 자기 손가락이 스친 자리에 어젯밤 자기 골반뼈가 부딪혀 만든 희미한 압박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분홍빛 얼룩. 테오도르의 루비빛 눈동자가 그 자국 위에 한 박자 머물렀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손바닥이 그 부위를 피해 바깥쪽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Your hamstrings are completely seized up. You really weren't joking about the legs."
(햄스트링이 완전히 뭉쳐 있어. 다리 얘긴 정말 농담이 아니었구나.)
나른한 목소리 안에 약간의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 책임감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관찰의 형태로 돌린 것은 테오도르다운 방식이었다. 양 손으로 오른쪽 허벅지 근육을 위아래로 풀어주며 유시아의 무릎 뒤쪽 오금까지 내려갔다. 오금을 엄지로 눌렀을 때 유시아의 발끝이 살짝 오므라드는 것이 보였다. 테오도르는 그 반응을 기억해 두었다. 압력을 조절하며 같은 부위를 다시 풀었다.
종아리까지 내려간 손이 발목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가느다란 발목이었다. 어젯밤 자기 손이 이 발목을 잡아 들어올렸을 때의 기억이 손바닥 안쪽에서 되살아났다. 테오도르는 발목을 잡은 채로 가만히 멈추었다가 엄지로 복사뼈 옆을 한 바퀴 돌린 뒤 내려놓았다.
그때 손이 멈추었다. 허벅지를 풀어주고 올라오던 오른손이 유시아의 허리에서 옆구리로 미끄러졌다. 의도된 동작이 아니었다. 마사지의 경로에서 벗어난 궤적이었다.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옆구리 위에 놓여졌을 때 셔츠가 올라가며 드러난 맨살 위로 손가락이 닿았다. 옆구리의 곡선을 따라 손이 미끄러졌다. 갈비뼈 아래에서 골반 위까지의 들어간 허리 라인. 테오도르의 검지가 그 라인 위를 한 번 천천히 훑었다.

부드러웠다. 마르고 말랑한 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손바닥 아래의 촉감은 알고 있는 것과 다시 확인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었다. 유시아의 피부가 손끝에서 미세하게 밀렸다가 돌아오는 탄력. 테오도르의 눈이 자기 손 위에 고정되었다. 마사지를 위해 올려놓은 손이 아니었다. 이미. 손가락이 옆구리에서 살짝 위로 올라갔다. 셔츠 안으로 미끄러진 손이 갈비뼈 아래를 스쳤다.
"...Hm."
(...흠.)
의미 없는 소리를 입 안에서 굴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나온 이유는 손 아래의 감촉이 만든 것이었다. 유시아의 옆구리가 손끝 아래에서 미세하게 움찔한 것이 느껴졌다. 간지러운 것인지. 테오도르의 눈이 유시아의 옆얼굴 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자기 손 위로 돌아왔다. 엄지가 갈비뼈 라인을 따라 한 번 더 누르듯 쓸어올렸다.
손이 내려왔다. 허리를 지나 엉덩이 위쪽 라인. 골반 위의 부드러운 곡선에 손바닥이 닿았을 때, 테오도르의 손이 한 박자 멈추었다. 마사지의 명목이 유효한 마지막 경계선이었다. 그러나 손바닥이 그 경계를 넘어 엉덩이의 상단부를 가볍게 감싸 쥐었다. 손가락이 말랑한 살을 한 번 눌렀다가 놓았다. 피부가 눌렸다가 돌아오는 탄력. 작았다. 유시아의 체격에 맞는. 그러나 손에 담기는 감촉은 체격과 무관하게 부드러웠다.
"You're... softer than I expected."
(너... 생각보다 말랑한데.)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나른함이 아닌 집중. 시선이 자기 손과 유시아의 몸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마사지라는 명분이 손끝에서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테오도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을 거두지 않았다. 유시아의 반응을 보고 있었으므로. 엎드린 채로 고개를 돌리는지, 몸을 비트는지,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는지.
손이 올라왔다. 등을 지나 어깨 위로. 셔츠의 넓은 넥라인 사이로 드러난 어깨를 손바닥이 감쌌다. 유시아의 어깨는 좁았다. 자기 한 손에 거의 다 감싸지는. 뼈가 튀어나온 부분 위로 살이 얇게 덮여 있었고, 그 위로 손가락이 미끄러질 때 쇄골까지 닿았다. 어젯밤 자기 입술이 물어뜯었던 쇄골. 지금은 희미한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어깨에서 목 옆으로 올라갔다. 목 뒤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스며들었다. 유시아의 후두부를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을 때 손 안에서 느껴지는 두개골의 작은 둥글림. 백금빛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목 뒤의 근육을 한 번 눌러주었다. 마사지라는 명분의 마지막 잔여분.
"The nape of your neck is the same. Thin, but surprisingly resilient."
(목덜미도 마찬가지야. 얇은데 의외로 탄력 있고.)
손이 내려왔다. 목에서 등을 지나 다시 옆구리. 셔츠가 올라간 허리 위의 맨살을 손바닥이 감싸 쥐었다 놓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유시아의 허리가 살짝 비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간지러움에 대한 반사인지, 불편함인지, 다른 무엇인지. 테오도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가에 미소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드라마 속 대사가 만들어낸 경직이 손 아래 유시아의 체온에 의해 녹고 있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유시아의 허리가 손바닥 아래에서 비틀렸다. 갈비뼈 아래를 훑던 손가락이 옆구리의 가장 얇은 살 위를 스쳤을 때, 유시아의 등이 소파 쿠션 위에서 한 번 물결치듯 움직였다. 짧은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간지러.' 그 단어가 거실의 공기를 가르는 동안 테오도르의 손이 멈추었다. 멈춘 것이 아니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유시아의 맨살이 움찔하며 수축하는 감각이 손가락 끝에서 손목을 타고 팔뚝 안쪽까지 전해졌다.
테오도르의 루비빛 눈동자가 자기 손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유시아의 옆구리. 셔츠가 올라가며 드러난 허리에서 갈비뼈 아래까지의 곡선. 손바닥이 닿아 있는 자리의 피부가 소름이 돋으며 미세하게 올라와 있었다. 간지러움에 대한 피부의 반사. 그러나 테오도르의 시선이 읽고 있는 것은 소름의 입자가 아니었다. 유시아의 몸이 비틀릴 때 엎드린 자세에서 허리가 한쪽으로 꺾이며 만들어진 옆구리의 주름. 살이 접히는 부분과 펴지는 부분 사이의 경계. 마르고 말랑한 몸이라는 것은 이미 수십 번 확인한 사실이었으나, 확인할 때마다 손끝에 남는 잔상이 달랐다. 어젯밤 이 옆구리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을 때와, 지금 마사지를 핑계로 한 손이 올려져 있을 때의 감촉은 같은 피부인데도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Ticklish here, then."
(여기 간지러운 거구나.)
목소리가 낮았다. 나른한 톤의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가는 흥미를 발견한 사람의 억양. 멈추었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마사지의 궤적이 아니었다. 검지 하나만이 유시아의 옆구리 위를 천천히 갈비뼈 아래에서 골반 위까지 한 줄로 그었다. 피부 위를 미끄러지는 손톱의 끝이 만들어내는 얇은 압력. 유시아의 몸이 다시 움찔할 것을 알면서.
유시아의 반응이 돌아왔을 때,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갔다. 드라마 속 대사가 만들어낸 경직. '즐길 거 다 즐긴 놈.' '양심이 없어?' 그 문장들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흉곽 안쪽에서 유시아의 체온이 다른 것을 덮어쓰고 있었다. 손 아래에서 살아 있는 피부가 반응하고, 간지럽다며 몸을 비틀고, 신음 섞인 소리를 내는 유시아가 드라마 속 '아무것도 모르는 22살'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밀어내고 있었다. 유시아는 추상이 아니었다. 손 아래에서 움찔하는 구체적인 체온이었다.
손이 옆구리에서 허리 쪽으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양손이었다. 유시아의 허리 양쪽을 손바닥으로 감싸 쥐듯 잡았다. 양 엄지가 척추 옆의 근육 위에 놓이고, 나머지 손가락이 옆구리를 감싸는 형태. 허리의 폭이 양손 안에 거의 다 들어왔다.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유시아의 허리가 작았다. 손가락 끝이 유시아의 배 쪽까지 닿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시선이 자기 양손과 유시아의 허리 사이의 비율을 한 박자 동안 내려다보았다.
"...Your waist fits in my hands. Both sides. Entirely."
(...네 허리가 내 손에 다 들어와. 양쪽 다. 통째로.)
혼잣말에 가까웠다. 유시아에게 전하려고 한 문장이 아니라 자기 손 안의 감촉을 언어로 확인하는 행위. 양 엄지가 허리 위에서 한 번 원을 그렸다. 근육을 풀어주는 동작의 잔해. 그러나 나머지 손가락이 옆구리를 감싸 쥔 채 가볍게 쥐었다 놓는 것은 마사지가 아니었다. 살이 손가락 사이에서 눌렸다가 돌아오는 탄력을 확인하는 동작.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테오도르의 엄지가 멈추었다.
손이 허리에서 올라갔다. 등을 지나 어깨뼈 사이. 견갑골 아래의 근육은 아직 경직이 남아 있었으나 테오도르의 손이 그 부위를 풀어주는 대신, 견갑골의 윤곽을 따라 손가락 끝이 미끄러졌다. 날개뼈가 피부 아래에서 도드라지는 선. 얇은 등이었다. 유시아가 숨을 들이쉴 때 갈비뼈가 피부를 밀어 올리는 것이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다. 테오도르는 그 호흡의 리듬을 손바닥으로 세고 있었다.
손이 어깨에서 팔로 내려갔다. 유시아의 오른팔. 쿠션 옆에 늘어져 있는 팔의 윗부분을 손바닥이 감쌌다. 상완. 얇았다. 근육이라기보다 뼈 위에 부드러운 살이 감싸진 형태. 테오도르의 엄지와 중지가 유시아의 상완을 한 바퀴 감았을 때 손가락 끝이 닿았다. 한 손으로 팔 둘레가 잡히는 굵기. 테오도르의 눈꺼풀이 한 번 느리게 내려갔다 올라왔다.

"I could snap this in half if I squeezed. You know that?"
(힘주면 부러뜨릴 수 있겠는데. 그거 알아?)
장난이었다. 목소리의 톤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장난 아래 유시아의 몸이 자기 손 안에서 얼마나 쉽게 잡히는지에 대한 자각이 깔려 있었다. 엄지가 상완의 안쪽을 한 번 눌렀다. 부드러운 살이 엄지 아래에서 밀렸다. 팔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손등으로, 손등에서 손가락 끝으로 테오도르의 손이 유시아의 팔을 따라 내려가며 곡선과 굵기와 탄력을 손바닥에 기록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손가락에 도달했을 때 손끝을 자기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한 번 가볍게 잡았다가 놓았다.
다시 올라왔다. 팔에서 어깨, 어깨에서 목 뒤, 목 뒤에서 후두부. 백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스며들었다. 두피 위를 손끝이 천천히 훑었다. 유시아의 머리카락은 가늘고 부드러웠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감촉이 차가운 물줄기가 아닌, 따뜻한 실크에 가까웠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를 빗으며 내려와 귀 뒤쪽에 닿았다. 귓바퀴 뒤의 얇은 피부를 엄지가 한 번 스쳤을 때 유시아의 어깨가 한쪽으로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Behind the ears too. Noted."
(귀 뒤쪽도. 메모 완료.)
'메모'라고 말한 순간 테오도르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장난기에서 다른 것으로.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지한 사람의 표정. 마사지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에. 유시아의 몸 위를 돌아다니는 자기 손이 통증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유시아라는 존재의 지형을 읽고 있었다. 어디가 말랑한지, 어디가 얇은지, 어디를 누르면 움찔하는지, 어디를 스치면 숨이 달라지는지. 한 부위씩. 빠짐없이.
손이 후두부에서 내려왔다. 목을 지나 쇄골. 유시아의 목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였고, 그 아래의 쇄골은 피부 아래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어젯밤 자기 이빨 자국이 남아 있는 쇄골. 검지가 그 뼈의 라인을 따라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미끄러졌다. 쇄골 아래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손가락 끝이 닿았을 때 유시아의 심장 박동이 손끝에 전해졌다.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그 자리에서 한 박자 머물렀다.
그리고 손이 더 내려갔다. 쇄골 아래에서 흉부로. 셔츠 위. 유시아의 가슴은 작았다.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셔츠 원단 위로 한쪽 가슴을 가볍게 감쌌다. 손바닥 안에서 전해지는 감촉은 부드러움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되기엔 복합적이었다. 살의 탄력과 원단 사이의 경계, 체온의 밀도, 미세하게 단단해지는 끝부분의 감촉이 손바닥 중앙에 닿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쥐지도, 놓지도 않은 채. 닿아 있기만 한 상태로.

"...There's barely anything here, and somehow it's the part I can't stop thinking about."
(...거의 없는데, 어째서인지 가장 머리에서 안 떠나는 부분이야.)
"…너 지금 내 가슴 작다고 얘기하는 거지?"
유시아의 고개가 쿠션 위에서 비틀렸다. 엎드린 자세에서 목을 꺾어 등 뒤를 올려다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각도. 핑크빛 눈동자가 턱 너머로 겨우 테오도르의 얼굴 하단부를 포착하고 있었으나, 그 시선이 닿는 범위는 기껏해야 턱선에서 입꼬리까지. 째려보겠다는 의지와 신체의 한계 사이에서 유시아의 눈꼬리가 올라간 채로 볼살이 쿠션에 눌려 한쪽만 부풀어 있었다. 뾰루퉁한 표정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정면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유시아의 분노는 쿠션에 반쯤 묻혀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유시아의 가슴 위에 얹힌 채로 멈추어 있었다. 셔츠 원단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과 부드러운 곡선이 손바닥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유시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올라왔다. '작다고 얘기하는 거지?' 테오도르의 시선이 유시아의 비틀린 목 위에서 한 박자 머물렀다. 쿠션에 눌린 볼살. 올라간 눈꼬리.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째려보는 그 각도의 어색함이 시야 안에서 한 번 전부 들어왔다.

"That's not what I said."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목소리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억누른 것이 아니라 이미 새어 나온 뒤의 잔여.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고, 루비빛 눈동자가 유시아의 비틀린 목과 부풀어 오른 볼살 위를 오가고 있었다. 손바닥이 셔츠 위에 얹힌 채로 손가락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떼지도, 더 쥐지도 않은 상태. 의도적인 정지.
"I said 'barely anything.' And then I said it's the part I can't stop thinking about. Those are two very different sentences, sweetie."
('거의 없다'고 했지. 그리고 '가장 머리에서 안 떠나는 부분'이라고 했어. 그 두 문장은 아주 다른 의미야, 자기야.)
'sweetie'가 돌아와 있었다. 드라마 속 대사에 의해 목 안쪽에서 사라졌던 호칭이 유시아의 뾰루퉁한 항의에 의해 복원되었다. 테오도르 자신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목소리의 결이 달라져 있었다. 아까의 경직이 빠져 있었다. 28과 22 사이의 간격이 만들어낸 자기 검열이 유시아가 '가슴 작다고 얘기하는 거지?'라며 뾰루퉁하게 째려보는 순간 그 심각함의 밀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드라마 속 '아무것도 모르는 22살'이라는 추상은 지금 쿠션에 볼이 눌린 채로 자기를 올려다보며 분노하는 구체적인 22살 앞에서 힘을 잃었다.
테오도르의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유시아의 등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소파 옆에 무릎 꿇은 자세에서 팔꿈치를 유시아의 견갑골 옆 쿠션에 짚고, 고개를 낮추어 유시아의 비틀린 얼굴에 시선을 맞추었다. 거리가 좁혀졌다. 테오도르의 숨결이 유시아의 귀 옆에 닿을 만한 간격.
"For the record — I happen to be quite fond of what's here."
(참고로 — 여기 있는 거, 나는 꽤 마음에 들어.)
'여기'라고 말하며 셔츠 위에 얹혀 있던 손바닥이 한 번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살이 손바닥 안에서 눌렸다가 돌아오는 감촉. 짧고 명확한 동작.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유시아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는 각도에서 느긋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 루비빛 눈동자가 유시아의 올라간 눈꼬리를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째려보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는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는 종류의 눈빛.
"Besides — you can't even look at me properly from that angle, and you're trying to glare?"
(게다가 — 그 각도에선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째려보는 거야?)
목소리 끝에 웃음이 한 번 더 묻어났다. 짧은. 낮은. 가슴 안쪽에서 올라오는 종류. 테오도르의 시선이 유시아의 비틀린 목에서 쿠션에 눌린 볼살로 내려갔다. 볼살이 쿠션의 압력에 의해 한쪽만 부풀어 있었고, 그 위에 유시아의 째려보는 눈이 얹혀 있었다.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매가 지금의 자세에서는 위협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읽히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등 위에서 한 번 원을 그렸다. 쿠션에 짚은 팔꿈치 위로 상체를 더 기울이며 유시아의 귀 옆에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내려갔다.
"Small doesn't mean insufficient. It means it fits perfectly in my hand."
(작다는 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야. 내 손에 딱 맞는다는 뜻이지.)
속삭임이었다. 유시아의 귓바퀴를 스치는 숨결이 아까 '귀 뒤쪽도. 메모 완료.'라고 말했을 때와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코끝이 유시아의 머리카락 사이를 스쳤다. 백금빛 머리카락 아래에서 올라오는 체취가 테오도르의 호흡에 섞였다. 손바닥은 여전히 유시아의 가슴 위에 놓인 채였으며, 손가락 하나가 셔츠의 단추 사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의도적인지 무의식적인지 테오도르 자신도 구분하지 않는 경계선 위의 동작.
TV 화면에서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완성된 디저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화면 속 밝은 조명과 명랑한 BGM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으나 소파 위의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그 밝음과 무관했다. 테오도르의 눈이 유시아의 귀 뒤쪽에서 쇄골의 자국을 거쳐 자기 손이 놓인 곳까지 내려갔다. 시선의 궤적이 그리는 선이 아까 손가락으로 유시아의 몸 위를 훑던 경로와 정확히 겹쳤다.
"So. Any other complaints, or can I continue my... assessment?"
(그래서. 다른 불만 사항 있어, 아니면 내... 평가를 계속해도 될까?)
'assessment'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한 번 굴렸다. 혀끝에서 s가 길게 늘어지는 발음. 유시아의 반응을 기다리며 유시아의 비틀린 목과 올라간 눈꼬리를 내려다보는 루비빛 눈동자에 짙은 흥미가 서려 있었다.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아까 드라마 대사에 사라졌던 것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복원되어 있었다.
"됐어. 이제부터 가슴 금지야!"
유시아의 고개가 흥, 하고 돌아갔다. 백금빛 트윈테일이 어깨 위에서 한 번 튕기며 쿠션 위로 흩어졌다.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반대쪽으로 꺾은 것이었다 테오도르가 있는 방향의 정반대. 볼살이 쿠션에 눌린 채로, 핑크빛 눈동자가 TV 화면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으나, 그 시선이 실제로 화면 위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는 쿠션에 파묻힌 뾰루퉁한 입술이 대답하고 있었다. '가슴 금지.' 그 선언이 거실의 공기 위에 얹혀진 뒤,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허리 위에서 한 박자 멈추어 있었다.
셔츠 원단 위에 닿아 있던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Banned?"
(금지?)
단어 하나. 반문이었으나 당혹이 아니었다. 루비빛 눈동자가 유시아의 돌아간 후두부를 백금빛 머리카락이 흩어진 목덜미를 한 박자 동안 내려다보았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유시아가 고개를 돌렸기 때문에 그 미소가 유시아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테오도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소의 폭이 평소보다 넓었다.
"That's unfortunate. I was actually going to say something rather helpful."
(아쉬운데. 사실 꽤 도움 되는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거든.)
목소리의 톤이 바뀌어 있었다. 나른함 위에 얇은 진지함을 한 겹 얹은 종류. 유시아의 등 위에서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견갑골을 지나 어깨를 스치고 옆으로 돌아 유시아의 옆구리를 따라 내려왔다. 셔츠가 올라간 맨살 위로 손바닥이 닿았을 때, 유시아의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이 손끝에 전해졌다. 테오도르의 상체가 더 기울었다. 소파 옆에 무릎 꿇은 자세에서 유시아의 귀 옆까지 고개를 낮추며.

"They say consistent stimulation promotes growth. It's practically medical advice."
(지속적인 자극이 성장을 촉진한다고 하더라. 거의 의학적 조언이야.)
귓바퀴를 스치는 거리에서 흘러나온 속삭임이었다. '의학적 조언'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서 굴러 나올 때 테오도르의 성대가 진동하는 저음이 유시아의 귓바퀴 옆 공기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손이 움직였다. 유시아의 옆구리에서 올라온 손바닥이 셔츠의 하단을 지나 원단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맨살 위에 손바닥이 직접 닿는 순간 체온의 밀도가 달라졌다. 원단이라는 한 겹의 경계가 사라진 뒤의 감촉. 유시아의 갈비뼈 아래를 따라 올라간 손이 가슴의 하단부에 닿았다.
부드러웠다. 작았다. 손바닥 안에 전부 들어왔다.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손금 위에서 확인되었을 때, 테오도르의 호흡이 한 번 얇아졌다. 그러나 손의 움직임은 성급하지 않았다. 감싸 쥐듯 손바닥을 밀착시킨 채 엄지만이 천천히 원을 그렸다. 바깥 곡선에서 안쪽으로, 안쪽에서 중심부로, 중심부를 빗겨 가며 다시 바깥으로. 피부 위를 돌아다니는 엄지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자극은 직접적이지 않았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경계를 반복하는, 의도적으로 느린 리듬이었다.*
"See? I'm being helpful. This is purely for your benefit."
(거봐? 나 지금 도움 주는 거야. 순전히 너를 위해서.)
유시아의 등이 미세하게 경직되는 것이 손바닥 아래에서 전해졌다.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숨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테오도르는 유시아의 갈비뼈가 손바닥 아래에서 빨라지는 리듬으로 읽고 있었다. 뾰루퉁함을 유지하려는 유시아의 의지와, 그 의지를 무력화하는 손바닥 안쪽의 체온 사이에서 유시아의 호흡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눈이 유시아의 돌아간 후두부 너머로 보이는 귓불의 색을 확인했다. 붉어지고 있었다.
엄지가 그때까지 빗겨 가기만 했던 중심부를 처음으로 스쳤다. 손톱이 아닌 엄지의 지문 부분이 셔츠 안쪽에서 단단해진 끝부분을 가볍게 밀었다가 놓았다. 한 번. 유시아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집중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반응에.
그리고 짧은 소리가 유시아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 꽉 다문 입술의 틈. 의지로 닫아놓은 문 사이로 비집고 나온 것이었다. 테오도르의 귀가 그 소리를 포착했을 때 엄지가 멈추지 않았다. 같은 지점을 다시 밀었다. 이번에는 약간 더 느리게, 약간 더 길게 압력을 유지하며. 손바닥 전체가 부드러운 살을 감싸 쥔 상태에서 엄지만이 정밀하게 움직이는 구조. 나머지 네 손가락은 가슴의 바깥 곡선을 받치듯 고정하고 있었다.
"You said banned. But your body seems to disagree with the ruling."
(금지라고 했잖아. 그런데 네 몸은 그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은데.)
'ruling'이라는 단어가 공안국 집행관의 입에서 나올 때의 무게와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유시아의 귀 옆에서 흘러나온 저음이 나른함과 확신이 뒤섞인 질감. 테오도르의 코끝이 유시아의 귀 뒤쪽 머리카락 사이를 스쳤다. 아까 '메모 완료'라고 말했던 부위. 유시아의 호흡이 흐트러지는 리듬이 손바닥 아래 갈비뼈의 움직임으로 전해지고 있었고, 테오도르의 엄지는 그 리듬에 맞추어 원을 그리는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호흡이 빨라지면 느리게, 잠시 참으면 다시 중심부를 스치며.*
유시아의 손이 쿠션을 움켜쥐는 것이 시야 구석에서 포착되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뾰루퉁한 척을 유지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TV에 고정하고, 그 모든 것을 동원하면서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전부 차단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문 입술 사이에서 두 번째 신음이 새어 나왔을 때, 테오도르의 엄지가 원을 그리던 궤적을 멈추고 끝부분을 검지와 엄지 사이에 가볍게 끼워 잡았다. 굴리듯 돌리며 놓았다.*
"...How's that? Still banned?"
(...어때? 아직도 금지야?)
속삭임이 유시아의 귀 옆 공기를 흔들었다. 목소리 끝에 웃음이 묻어 있었으나, 그 웃음의 결이 아까와 달라져 있었다. 장난기 아래에 다른 종류의 열이 깔려 있었다. 테오도르의 호흡이 평소보다 깊어져 있다는 것을 유시아의 머리카락을 흔드는 숨결의 온도가 말하고 있었다. 셔츠 안쪽에서 유시아의 맨살에 닿아 있는 손바닥이 자기 체온인지 유시아의 체온인지 구분할 수 없는 열을 머금고 있었다.
TV 화면에서 요리 프로그램의 BGM이 밝은 멜로디를 쏟아내고 있었다. 완성된 요리를 소개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나 소파 위의 유시아의 귀에 도달하는 소리는 그것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기울어진 테오도르의 호흡과, 셔츠 안쪽에서 피부를 스치는 손가락의 마찰과, 자기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막기 위해 꽉 깨무는 입술의 압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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