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I don't have to hold back anymore.
몇 주가 흘렀다. 그날 이후, 테오도르의 시간은 두 개의 층위로 분리되었다. 하나는 유시아와 함께 보내는, 평온하고 달콤한 연인의 시간. 다른 하나는 오직 그만이 인지하는, 그 밤의 기억이 모든 감각을 왜곡하는 시간.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능숙하게 미소 지었고, 유시아는 변함없이 그를 신뢰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서, 유시아의 모든 사소한 행동은 그가 의지로 물러섰던 경계선을 향한 무언의 초대처럼 번역되고 있었다. 그 미완의 감각은 식지 않는 불씨처럼 남아, 그의 인내를 시험했다.
그리고 오늘, `CODE RED`의 빗줄기 속에서 그 불씨는 노골적인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속삭임은 빗소리에 섞여 사라졌다. 유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전방의 어둠, 타겟이 나타날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테오도르의 말은 전술적인 주의 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터다. 그 당연한 사실이, 오히려 테오도르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 이토록 다른 온도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감각.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옆얼굴에서 떨어져, 다시 정면의 어둠을 향했다. 빗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 턱 끝에 맺혔다.
그 순간이었다.
| — TARGET APPROACHING. 12 O’CLOCK. ESTIMATED ARRIVAL: 7 SECONDS. (— 타겟 접근 중. 12시 방향. 도착 예상 시간: 7초.) |
유스티티아의 목소리가 뇌리에 직접 울렸다. 성스럽고, 차가우며,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음성. 동시에 망막 위로 크림슨 레드의 텍스트가 점멸했다. 테오도르의 시야 가장자리에 신경계가 시스템에 종속되며 발생하는 미세한 노이즈가 스파크처럼 튀었다. 그의 동공이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확장되었다. 저스티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바닥 안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현실감을 부여했다.
유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같은 계시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의 호흡이 멈추었다. 엄폐물 너머를 응시하는 옆얼굴의 선이 칼날처럼 팽팽해졌다. 그 긴장감마저 테오도르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소파 위에서 힘이 풀린 채 늘어져 있던 몸과, 지금 이 순간 모든 근육이 목표를 향해 수축된 몸. 극단적인 대비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입술 안쪽 여린 살을 깨물었다. 집중해야 했다. 지금은 임무 중이었다.
어둠 속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비틀거리는 걸음. 남자는 전투원이 아니었다. 낡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한 손에는 찢어진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유스티티아의 판결이 아니었다면, 그저 폭우 속에 길을 잃은 평범한 시민으로 보였을 것이다. 남자의 시선이 불안하게 주위를 살폈다. 망막 위의 HUD가 남자의 3.5초 후 행동을 붉은 잔상으로 그려냈다. 그는 왼쪽의 컨테이너를 향해 뛸 것이다. 생존을 향한 본능적인 움직임.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저스티카의 방아쇠 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유시아의 판단을 기다렸다. 이것은 그들 사이의 불문율이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에임은 유시아가 우위였다. 테오도르는 그녀의 사격 각도를 보완하고, 그녀가 놓친 것을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신뢰의 형태.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신뢰는, 테오도르에게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그는 유시아가 방아쇠를 당길 그 순간을 기다리며, 그녀의 어깨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유시아는 쏘지 않았다. 그녀의 총구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테오도르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CODE RED`. 즉결 처형 권한이 부여된 상태. 남자의 잔상이 컨테이너 뒤로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그 짧은 찰나, 테오도르는 유시아의 시선이 남자의 손에 들린 서류 가방에 머물러 있음을 알아챘다. 찢어진 가방 틈으로 무언가 보이고 있었다. 낡은 곰 인형의 귀퉁이.
젠장. 테오도르의 입에서 소리 없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회색 판결(Grey Verdict)`. 유스티티아가 가장 즐겨 내리는, 집행관의 영혼을 갉아먹는 종류의 판결. 저 남자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닐 것이다. 그의 죄목 뒤에는 반드시 처절한 사연이 있을 터였다. 딸에게 줄 선물을 훔쳤거나, 가족을 위해 누군가를 협박했거나. 유시아는 그것을 본 것이다. 그래서 쏘지 않은 것이다. 그 망설임이,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가라앉아 있던 불씨를 다시 흔들었다.
남자가 뛰기 시작했다. 붉은 잔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움직임. 그가 컨테이너 뒤로 몸을 숨기기까지 남은 시간은 1초 남짓. 유시아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테오도르의 뇌가 차갑게 식었다. 유시아의 망설임은 곧 자신들의 위험을 의미했다. 그는 유시아의 판단을 존중했지만, 그 판단이 두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저스티카를 들어 올렸다. 유시아가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해야 했다.
그때였다. 유시아의 총구에서 불꽃이 터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엄폐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사선으로. 타겟을 향해서가 아니라, 타겟의 도주로를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미친 짓이었다. 엄폐물을 포기하고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 테오도르의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SiA!"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름은 무전기를 통하지 않았다. 빗소리를 찢는 생생한 외침이었다.
유시아는 그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빗물이 고인 바닥을 박차고 달려나가, 컨테이너 모서리를 벽 삼아 몸을 돌렸다. 그리고 — 남자의 다리를 향해 정확히 사격했다. 비살상 제압.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서류 가방이 손에서 떨어져 흙탕물 속으로 뒹굴었다. 곰 인형이 젖은 채 밖으로 튀어나왔다. 유시아는 쓰러진 남자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자세를 유지했다.
테오도르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저스티카를 든 팔이 허공에 굳어 있었다. 그의 뇌가 방금 일어난 일을 뒤늦게 조합하고 있었다. 유시아는 망설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살 대신 생포를 선택한 것이다. `CODE RED` 상황에서, 즉결 처형 권한을 포기하고, 자신의 몸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왜? 저 곰 인형 때문에? 그 동정심 하나 때문에? 아니. 이것은 동정심이 아니었다. 이것은 유시아의 방식이었다. 그녀는 '이기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기는 것은, 단순히 타겟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안도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방금 전까지 유시아의 모든 행동을 성적인 코드로 번역하던 자신의 뇌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지금, 그런 차원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전장이었고, 전략이었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 그 자체였다. 그녀의 무모한 행동이, 그 밤 소파 위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던 모습과 겹쳐지며 거대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Bloody hell, SiA."
(...젠장할, 시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감탄에 가까운 신음이었다. 그는 저스티카를 내리고,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쓸어 넘겼다. 빗물과 식은땀이 뒤섞여 손바닥을 적셨다. 그는 천천히 유시아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남자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딸의 이름인 것 같았다. 테오도르는 그 소리를 들으며, 유시아의 등 뒤에 섰다. 그녀의 어깨는 가늘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그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무게의 것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유시아의 옆에서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에는, 처음으로 유시아에 대한 소유욕이나 욕망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경외감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나랑 얘기 좀 해."
유시아의 목소리가 거실을 갈랐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프랑스 누아르 영화의 대사가 배경음으로 깔려 있었으나, 유시아의 한 마디가 그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테오도르의 시선이 스크린에서 떨어졌다. 소파 쿠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던 유시아를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쿠션 하나. 며칠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거리.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게 있어? 아니면... 나한테 식었어?"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정면으로 그를 향하고 있었다. 경계심이 아니었다.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것은 — 단순한 확인 요청이었다. '식었으면 식었다고 말해.' 그런 종류의 시선. 테오도르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자신의 왼쪽 귓불에 손가락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만지작.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그것을 인지한 순간 손을 내렸으나 이미 늦었다.
식었냐는 질문이 그의 흉곽 안에서 얼마나 기괴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유시아는 모를 것이다. 식은 것이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너무 뜨거워진 것이다. 유시아의 모든 행동이 그의 신경계를 자극하고, 임무 중에조차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과 등의 윤곽에 시선을 빼앗기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테오도르는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그의 산만해진 의식이 전장에서 유시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거리를 둔 것은 유시아를 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시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이유를 말하려면, 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야 했다. 유시아가 모르는 것을. 유시아의 옷 아래로 손이 들어갔다는 것을. 그녀가 잠든 뒤에도 그 감촉이 손바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테오도르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루비색 눈동자가 천장의 간접 조명 아래에서 어둡게 가라앉았다. 입가에 미소가 없었다. 평소의 능글맞은 표정이 벗겨진 자리에 남은 것은, 드물게 드러나는 맨얼굴이었다.
"...You didn't do anything wrong."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목소리가 낮았다. 나른한 톤이 아니었다. 건조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그의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와 유시아를 향했다. 유시아의 당돌한 눈빛과 마주쳤다. 헤어지고 싶다면 받아들이겠다는, 그 담담한 각오가 담긴 눈빛. 테오도르의 턱이 미세하게 조여졌다. 그 각오가 — 그의 흉곽 안에서 무언가를 세게 쥐어짰다.
"And no, I haven't gone cold. That's... not the problem."
(그리고 아니, 식은 거 아니야. 그건... 문제가 아니거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유시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할 수 없었다. 왼손이 올라와 뒷목을 쥐었다. 긴 손가락이 뒷머리카락 사이를 긁듯 훑었다.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귀에서 시작된 열기가 목 뒤를 타고 퍼지고 있었다.
"It's the opposite, actually."
(사실은 정반대야.)
그 한 마디 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텔레비전에서 총성이 울렸다. 영화 속 누군가가 쓰러졌다. 테오도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의 뇌는 지금 이 문장 뒤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전부 말할 수는 없었다. 그 밤에 유시아의 가슴을 만졌다는 것을, 그녀가 잠든 사이 프랑스어로 '내 심장'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로 유시아의 모든 사소한 행동이 그를 미치게 한다는 것을. 전부 말하면 유시아는 — 이 관계의 온도가 얼마나 비대칭적인지를 깨달을 것이다. 테오도르는 그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유시아의 시선이 그의 옆얼굴에 박혀 있었다. 물러서지 않는 눈. 답을 원하는 눈. 테오도르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쉬며, 시선을 유시아에게 돌렸다. 루비색 눈동자가 핑크색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I pulled back because I was losing focus. On the field."
(거리를 둔 건 집중력을 잃고 있어서야. 현장에서.)
말의 무게가 달랐다. 평소 그가 쓰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화법이 완전히 걷혀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보고서를 낭독하듯 사실만을 나열했으나, 그 사실들 사이의 공백에 그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 가득 차 있었다.
"You were in front of me and I was looking at your back instead of the target. In a CODE RED."
(네가 내 앞에 있었는데, 나는 타겟 대신 네 등을 보고 있었어. 코드 레드에서.)
그의 왼손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었다. '네 등을 보고 있었다'는 표현이 무엇을 함축하는지 — 젖은 전투복이 드러낸 유시아의 몸의 윤곽과, 그것이 소환한 그 밤의 기억을 — 테오도르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If I get you killed because my head's somewhere it shouldn't be — that's not a mistake I get to make twice."
(내 머리가 딴 데 가 있어서 너를 죽게 만들면 — 그건 두 번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아니야.)
나폴리의 성당이 스쳤다. 유시아가 추락했던 그 순간. 피로 물든 석재 바닥. 의무실 302호의 하얀 시트 위에 누워 있던 유시아의 얼굴. 테오도르의 턱 근육이 한 번 크게 떨렸다. 그는 그것을 숨기지 못했다.
침묵. 텔레비전 속 프랑스어 대사가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시선이 유시아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 안에 평소의 능글맞은 빛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 유시아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그리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날것의 불안이었다.
"... 요즘 걱정거리 있어?"
유시아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걱정이 담긴, 그러나 파고들지 않는 종류의 부드러움. 테오도르는 그 톤을 듣는 순간, 자신의 고백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깨달았다. 유시아는 그의 말을 —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구나.' '무언가 힘든 일이 있구나.' '그래서 현장에서 흔들리는 거구나.' 그녀의 핑크색 눈동자 안에 떠오른 걱정의 빛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입 안에서 혀가 윗니 뒤를 짧게 훑었다. 쓴맛이 올라왔다. 자조였다. 유시아는 진실에 한 발짝도 근접하지 못했다. 그녀가 도달한 결론은 합리적이었고, 논리적이었고, 그리고 — 완벽하게 틀렸다. 걱정거리. 개인적인 사정. 업무 외적인 고민. 유시아의 해석은 테오도르를 향한 배려였으나, 그 배려가 오히려 그의 흉곽 안에서 뭉쳐 있던 것을 한 번 더 조여왔다. 그녀는 자신이 '원인'이라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했다. 유시아는 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까. 자신의 옷 아래로 손이 들어왔다는 것을, 그 손이 무엇을 만졌는지를, 그리고 그 감촉이 테오도르의 손바닥에서 몇 주째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테오도르의 왼손이 올라왔다. 귀를 향해. 중간에 멈췄다. 뒷목으로 경로를 바꿔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넘겼다. 연기. 거의 반사적인 위장이었다. 그러나 방향을 바꾼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Worries. That's a big word."
(...걱정거리. 거창한 단어네.)
입가에 미소가 올라왔다. 평소의 것이 아니었다. 능글맞지도, 나른하지도 않았다. 얇고 건조한, 방어선을 세우는 미소였다. 시선이 유시아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그녀의 볼살이 거실의 간접 조명 아래에서 부드럽게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핑크색 눈동자가 걱정과 호기심 사이 어딘가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 시선 안에서, 소파 위에 눌린 채 풀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던 유시아의 얼굴을 보았다. 같은 눈. 같은 색. 완전히 다른 맥락. 그의 턱 근육이 한 번 조여졌다가 풀렸다.
"It's not... something someone did to me."
(이건... 누가 나한테 뭘 한 게 아니야.)
문장이 끊겼다. '무언가'와 '누군가' 사이에서 그의 혀가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 '네가 나한테 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시아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잠이 들었을 뿐이다. 그저 평소처럼 그의 팔에 기대었을 뿐이다. 그저 전투복을 입고 비를 맞으며 뛰었을 뿐이다. 문제는 유시아가 아니라, 유시아의 모든 것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한 테오도르 자신이었다. 그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말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프랑스어 샹송이 거실을 채웠다. 피아노와 여성 보컬. 테오도르의 시선이 유시아에게서 떨어져 텔레비전 스크린으로 향했다. 검은 화면 위로 흰 글씨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 글씨 위에 거실의 조명이 반사되어, 두 사람의 윤곽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쿠션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실루엣.
"I'm not going to lie to you. That'd be insulting."
(거짓말은 안 할게. 그건 너한테 모욕이니까.)
그가 유시아를 다시 보았다. 루비색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안에 평소의 유희가 없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부를 말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 간극 안에 그 밤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유시아의 옷 아래에서 느꼈던 늑골의 곡면. 의식하지 못하는 유시아의 입에서 새어나온 소리. 손을 물리고 난 뒤에도 가라앉지 않던 하반신의 열기. 그리고 소파에서 혼자 담배를 태우며, 닫힌 문 너머의 숨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운 자기 자신.
"...The problem is me. Not you, not the Bureau, not anyone else. Just me."
(...문제는 나야. 너도 아니고, 공안국도 아니고, 다른 누구도 아니야. 그냥 나.)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지막 단어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듯 소리가 줄었다. 오른손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가 펴졌다. 유시아의 체온이 남아 있을 리 없는 손바닥이 — 아직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 열리고 닫혔다. 테오도르는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내쉬며,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었다.
유시아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문제는 나'라는 말 안에 모든 것을 우겨 넣었다. 유시아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테오도르의 과거 — 도핑 사건이나 시스템에 의한 감정 마모 — 와 연결할 것인가. 아니면 연인으로서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느낄 것인가. 어느 쪽이든, 진실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진실은 — '너에 대한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지극히 단순하고 지극히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천장의 간접 조명을 받아 짙은 와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시아의 시선이 그의 옆얼굴에 닿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핑크색 눈동자가 자신의 윤곽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걱정이 — 진실과 한 치의 관련도 없는 방향에서 출발한 그 따뜻한 걱정이 — 테오도르의 흉곽 안을 쥐어짰다.
"...I'll sort it out. I always do."
(...정리할게. 늘 그래왔으니까.)
입가에 미소를 올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평소의 것에 가까웠다. 유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한, 의지적으로 만들어낸 미소. 그러나 그 미소의 가장자리가 — 입꼬리의 끝이 —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있잖아, 우리 사귀고 있는 사이인 건 알지? 혼자 힘들어할 필요 없어. 의지해도 돼."
유시아의 말이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 담담한 어조. 꾸밈이 없는, 장식이 벗겨진 문장. 사귀고 있는 사이. 혼자 힘들어할 필요 없다. 의지해도 된다. 테오도르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간접 조명의 따뜻한 빛이 망막 위에서 번졌다. 유시아의 목소리가 그 빛 사이로 스며들었다. 부드럽지 않았다. 달콤하지도 않았다. 그저 — 사실이었다. 유시아가 건네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선언이었다. '나는 여기 있고, 네 편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테오도르의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 천장을 향한 루비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는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집 안에서 신뢰는 성적표 위의 숫자로 측정되었고, 펜싱 코트 위에서 신뢰는 메달의 색으로 환산되었다. 공안국에서 신뢰는 검거율의 함수였다. 누군가 그에게 '의지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가. 기억을 더듬었으나 — 없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의 왼손이 올라갔다. 이번에는 뒷목으로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 손가락이 왼쪽 귓불에 닿았다. 만지작.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얇은 귓불이 눌렸다 풀렸다를 반복했다. 그는 그 습관을 숨기지 않았다. 숨길 여력이 없었다. 유시아의 한 문장이 — 그가 몇 주에 걸쳐 쌓아올린 방어선을 정면으로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부를 말하지도 않았다. 유시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눈치가 빨랐다. 그러면서도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문을 열어두었다. '의지해도 된다'는 말은 열쇠가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행위였다. 넘어올지 말지는 테오도르의 선택이었다.
텔레비전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검은 화면만 남아 있었다. 거실이 조용해졌다. 샹송이 멈추자 두 사람의 호흡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유시아의 호흡은 고르고 편안했다. 테오도르의 호흡은 — 얕고 불규칙했다. 그의 손가락이 귓불 위에서 멈추었다. 천장에서 시선이 내려왔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유시아가 쿠션 하나 너머에 앉아 있었다. 프릴이 달린 편한 스커트 차림. 트윈테일이 어깨 위에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핑크색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눈. 재촉하지 않는 눈. 테오도르는 그 시선 안에서 — 자신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You really don't make this easy, do you."
(...넌 정말 쉽게 안 봐주는구나.)
입에서 나온 말은 가벼웠으나, 목소리가 가볍지 않았다. 갈라져 있었다. 평소의 나른한 톤이 완전히 벗겨진 자리에, 마른 모래를 밟는 것 같은 거친 결이 남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상체가 소파 등받이에서 떨어졌다. 앞으로 기울어졌다. 두 팔꿈치가 무릎 위에 얹혀지고, 깍지 낀 손이 이마 앞에 내려왔다. 고개를 숙인 자세. 그의 밀금빛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 눈을 가렸다. 유시아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표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The problem is you, SiA."
(...문제는 너야, 시아.)
깍지 낀 손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 바닥을 향한 시선. 방금 전까지 '문제는 나'라고 말했던 입이, 정반대의 문장을 내뱉었다. 그의 등이 한 번 크게 오르내렸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깍지를 풀었다. 오른손이 얼굴을 쓸어 올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루비색 눈동자가 — 젖어 있지는 않았으나, 그 직전의 밀도를 담고 있었다. 열기. 수치. 자조.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 깔린, 날것의 갈망.
그가 상체를 일으켜 유시아를 보았다. 정면으로. 회피 없이. 입가에 미소가 없었다. 능글맞은 가면이 완전히 벗겨진 얼굴. 그 아래의 테오도르 누아르는 — 유시아가 처음 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I pulled back because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Not in the way you'd find... comfortable."
(거리를 둔 건, 네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서야. 네가 편하게 느낄 만한... 그런 방식이 아니거든.)
문장 끝에서 숨이 끊겼다. 그의 시선이 유시아의 눈에서 미끄러져 — 아래로 내려갔다가, 의식적으로 다시 끌어올려졌다. 그 짧은 시선의 이동이 말보다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귓불이 붉었다. 목 뒤까지 번진 열기가 헨리넥 셔츠의 칼라 안쪽으로 숨어 있었다.
"That night on your sofa. I... I didn't just hold you."
(그날 밤 네 소파에서. 나는... 그냥 안고만 있었던 게 아니야.)
말이 끊겼다. 그의 오른손이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 안에서 그 밤의 감촉이 — 유시아의 늑골 아래의 부드러운 곡면, 옷 아래의 따뜻한 피부, 무의식중에 새어나온 유시아의 목소리 — 다시 살아났다. 그는 그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긴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I touched you. Under your clothes. And I—"
(널 만졌어. 옷 안으로 손을 넣고. 그리고 나는—)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졌다. 그는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멈췄다'가 이어져야 했으나, 그 뒤에 붙어야 할 진실은 — '멈추고 싶지 않았다'였다. 두 문장 사이의 간극에 그의 몇 주간의 고통이 전부 들어 있었다. 테오도르의 왼손이 다시 귓불로 올라갔다. 만지작. 이번에는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Every time you lean on me. Every time you fall asleep next to me. Every time your shirt rides up—"
(네가 나한테 기댈 때마다. 내 옆에서 잠들 때마다. 네 옷이 올라갈 때마다—)
그의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몇 주간 막아두었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 통제할 수 없었다. 유시아의 '의지해도 된다'는 한 문장이, 그가 쌓아올린 모든 벽의 기초를 무너뜨린 것이었다.

"...I want you. That's the problem. Not in some poetic, abstract sense. I want you, physically, in every way I shouldn't be thinking about during a CODE RED."
(...너를 원해. 그게 문제야. 시적이고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코드 레드 한복판에서 생각하면 안 되는 모든 방식으로, 너를.)
마지막 문장이 거실에 떨어졌다. 텔레비전의 검은 화면이 두 사람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귓불과 목 뒤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를 향해 있었으나 — 그 안에 평소의 여유가 없었다. 포식자의 시선이 아니었다.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꺼내 놓은 인간이,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며 보이는 — 벌거벗겨진 눈이었다. 그의 입술이 마르게 갈라져 있었다. 혀로 입술을 축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거실의 시계가 째깍거렸다. 테오도르의 심장이 그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 시선 안에서 — 판결을 기다렸다.
"아... 연인 사이에 그건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해. 음... 그러니까... 너 하고 싶을 때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러니깐 우리는 성인이고 사귀고 있으니까, 음..."
한참 뒤 유시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이 — 하나하나가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며 허공에서 헤매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거.' '성인이고.' '사귀고 있으니까.' 문장이 완성되기 전에 다음 문장이 시작되었고, 그 사이사이에 '음'이라는 접속사 아닌 접속사가 끼어들었다. 테오도르는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천장과 벽과 소파 쿠션과 텔레비전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시선의 궤적이 유시아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어 선별 작업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유시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 그 말을 어떤 형태로 포장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귓불에서 손가락이 떨어졌다. 입가에 — 아주 천천히, 마치 해동되는 것처럼 — 미소가 돌아왔다. 능글맞은 미소가 아니었다. 수치심과 안도와 믿을 수 없다는 감각이 뒤섞인, 기묘하게 무방비한 미소였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욕망을 토해냈던 남자의 얼굴 위에, 유시아의 서툰 문장들이 하나씩 내려앉아 긴장의 주름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혐오하지 않았다. 경멸하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았다. 유시아는 — 눈을 굴리며 단어를 고르고 있었다. 마치 첫 임무 보고서를 작성하는 신병처럼.
흉곽 안에서 무언가가 풀려났다. 몇 주간 조여왔던 매듭이 한꺼번에 느슨해지는 감각. 테오도르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헨리넥 셔츠의 칼라 안쪽에 갇혀 있던 열기가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유시아의 입에서 나오는 미완성 문장의 마지막 조각을 기다렸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유시아의 입술이 그 문장 뒤에 붙여야 할 결론을 찾지 못해 다시 다물렸다가, '음'을 하나 더 내뱉으며 열렸다가, 결국 닫혔다.
"...Are you giving me a briefing right now?"
(...지금 나한테 브리핑하는 거야?)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갈라지고 건조했던 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익숙한 나른함이 —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 돌아와 있었다. 유시아가 눈을 굴리며 문장을 조합하는 모습이, 그가 예상했던 모든 반응의 목록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혐오. 당혹. 거부. 침묵. 그가 준비했던 시나리오는 전부 어두운 것들이었다. 유시아가 '음'을 반복하며 단어를 고르는 시나리오는 —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 밖의 반응이, 방 안의 공기를 완전히 바꾸어놓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볼살이 미세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눈이 올라간 고양이 눈매가 불안이 아닌 집중으로 팽팽해져 있었다. 유시아의 입꼬리가 — 당혹감과 솔직함 사이에서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 움직임을 눈으로 추적하다가, 손가락 끝이 무릎 위에서 한 번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수치심이 아니라 — 허락을 받은 뒤에 찾아오는, 억눌려 있던 충동의 첫 파열.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소파 등받이에서 등이 떨어졌다. 유시아와의 사이에 놓여 있던 쿠션 — 며칠간 그가 의도적으로 유지했던 거리의 물리적 증거 — 을 왼손으로 집어 바닥으로 밀어냈다. 쿠션이 카펫 위에 소리 없이 떨어졌다. 테오도르의 몸이 유시아 쪽으로 기울었다. 느리게. 한 뼘. 절반. 유시아의 체온이 닿는 거리. 며칠 만에 처음으로 좁혀지는 간격이었다.
"You know, for someone with three exes, you're remarkably bad at this part."
(전 남친이 세 명인 사람치고는, 이 부분에서 놀라울 정도로 서투르네.)
입가에 걸린 미소가 — 이번에는 분명하게 — 능글맞은 윤곽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의 아래에, 방금 전까지 벌거벗겨져 있던 테오도르의 맨살이 아직 식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의 오른손이 올라왔다. 유시아의 턱 아래, 볼살과 턱선이 만나는 지점에 검지의 등이 닿았다. 가볍게. 며칠간 자제했던 접촉이 다시 시작되는 첫 지점. 그의 손가락이 유시아의 턱선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올라갔다. 귓불 아래에서 멈추었다.
"Let me make sure I understand. You're telling me—"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인하자. 네가 지금 말하는 건—)
손가락이 유시아의 귓불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른한 톤이었으나, 그 아래에 깔린 호흡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심장 박동이 손끝에까지 전달되고 있었다.
"—that I don't have to hold back anymore."
(—더 이상 참을 필요 없다는 거지.)
문장이 끝나는 순간, 그의 눈이 유시아의 눈에서 입술로 내려갔다. 찰나. 다시 올라왔다. 그 짧은 시선의 하강과 상승이, 며칠간 막아두었던 것의 무게를 전부 담고 있었다. 유시아의 귓불 아래에 닿아 있던 손가락이 — 턱선 아래로 미끄러져, 그녀의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위로 들어 올렸다. 유시아의 시야가 테오도르의 얼굴로 가득 찼다. 그의 루비색 눈동자가 가까이에서, 간접 조명의 따뜻한 빛을 받아 짙은 석류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입술을 내리지 않았다. 유시아의 턱을 받친 채, 그 거리에서 멈추었다. 숨결이 닿는 거리. 입술이 닿기 직전의, 가장 잔인한 간격.
"Last chance to take it back, sweetie."
(번복할 마지막 기회야, 예쁜아.)
속삭임이었다. 유시아의 입술 위에 내려앉는 숨결. 그의 엄지가 유시아의 턱 아래에서 한 번 짧게 쓸렸다. 경고이자 확인이자 — 간청이었다. 테오도르의 귓불이 여전히 붉었다. 그 붉음이 이제는 수치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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