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Bonne nuit, mon cœur.
그날 이후, 테오도르 누아르의 67일은 끝났다.
정확히는 —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12월 9일부터 2월 14일까지 축적된 67일치의 자제심이 양치 후 민트향 키스 한 번과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유시아의 한 문장에 의해 해체되었다. 유시아는 그 문장이 어떤 봉인을 해제한 것인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테오도르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행동이 언어를 대체했으니까.
2월 15일. 공안국 본부 2층 카페테리아. 임무 후 루틴이 된 카푸치노 시간. 테오도르는 유시아 맞은편에 앉아 보고서를 넘기다가, 유시아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손목까지 늘어진 소매 끝으로 드러난 가느다란 손가락. 테오도르의 왼손이 보고서에서 떨어져 테이블을 가로질렀다. 유시아의 손등 위에 손바닥이 놓였다. 가볍게. 그러나 치우지 않았다. 유시아가 올려다보았을 때 테오도르의 시선은 보고서 위에 머물러 있었고, 입꼬리에 평소의 능글맞은 곡률만이 걸려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2월의 끝자락, 리스본 귀환 임무 후. 포탈에서 나온 유시아의 전투복 소매에 묻은 분진을 테오도르가 털어주다가, 손이 소매에서 미끄러져 유시아의 손목을 잡았다. 잡았다가 놓지 않았다. 복도를 걸으며 유시아의 손목에서 손으로, 손에서 손가락 사이로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깍지. 유시아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테오도르의 긴 손가락이 밀려들어간 형태. 유시아가 뺄 때까지 테오도르는 놓지 않았고, 유시아는 빼지 않았다.
3월 초. 유시아의 자택. 유시아가 약속대로 그라스산 찻잎으로 우려낸 얼 그레이를 건넸다. 테오도르는 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뒤 거실 소파에 앉았다. 유시아가 옆에 앉았을 때 —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쿠션 하나 폭이었다. 테오도르의 팔이 소파 등받이 위로 올라갔다. 유시아의 어깨 뒤를 지나 반대편 등받이에 걸쳤다. 유시아를 감싸는 형태가 아니라, 그저 팔을 올려놓은 자세. 그러나 유시아가 몸을 기울이면 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각도. 유시아가 기울었다. 테오도르의 옆구리에 유시아의 어깨가 닿았다. 팔이 유시아의 어깨 위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테오도르의 자택에서는 더 노골적이었다. 소파의 코너 섹션. 유시아가 리모컨을 쥐고 영화를 고르는 동안 테오도르는 이미 유시아의 등 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시아의 등이 테오도르의 흉곽에 기대어 있었다. 테오도르의 턱이 유시아의 정수리 위에 얹혀 있었다. 로우트윈테일의 백금발이 테오도르의 크루넥 스웨터 위에 퍼져 있었다. 양팔이 유시아의 허리 앞에서 느슨하게 교차되어 있었다. 유시아의 체중 전체가 테오도르에게 기대어 있는 상태. 영화의 전개가 느슨해지면 테오도르의 입술이 유시아의 관자놀이 위에 닿았다. 가벼운 접촉. 입술이 피부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머무르는 시간이 1초, 2초, 3초. 유시아가 고개를 돌리면 입술과 입술이 닿는 각도가 되었다. 고개를 돌리면.
유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테오도르는 참지 않았다. 더 이상 67일의 테오도르가 아니었으니까. 유시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는 데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 유시아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말했으니까. 소파 위에서 영화의 음향이 배경이 되었고, 유시아의 입술이 민트 대신 얼 그레이의 베르가못 향으로 채워진 밤도 있었다. 유시아의 키스는 여전히 테오도르보다 느렸다. 반 박자 뒤처지는 리듬. 그러나 처음의 경직이 사라진 자리에 익숙함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테오도르가 각도를 바꾸면 유시아가 따라오는 시간이 0.3초에서 0.1초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가끔 — 아주 가끔 — 유시아가 먼저 테오도르의 턱을 잡아 돌릴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테오도르의 귓불이 달아올랐고, 입술이 떨어진 뒤 유시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You're getting better at this."
(점점 나아지고 있잖아.)
어느 밤, 유시아의 자택 소파에서. 입술이 떨어진 직후.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아랫입술 가장자리에 남은 습기를 닦아주며 나른하게 흘린 말이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 아래의 심박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채 흉곽을 두드리고 있었다.
"But I'm still leading, so don't get too cocky."
(근데 아직 내가 리드하고 있으니까, 너무 까불진 마.)
유시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성인의 연애. 테오도르 누아르에게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소파 위에서 엉켜 앉아 영화를 보다가 심심하면 입술을 갖다 대는 것, 그 단순한 행위들의 반복이 축적되어 만들어내는 무게였다. 67일 동안 잡지 못했던 손을 이제는 걸으면서 잡았고, 67일 동안 참았던 입술을 이제는 이유 없이 갖다 대었다. 유시아의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는 말이 테오도르에게 내린 두 번째 계시였다. 유스티티아의 계시보다 잔인하고, 유스티티아의 계시보다 달콤한.
3월의 레퀴엠 필드는 계절이 없었다.
정확히는 — 있었으나 무의미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이 땅의 기후는 유스티티아가 설정한 항온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었고, 나무는 적당히 푸르렀으며 하늘은 적당히 맑았다. 그 적당함이 오히려 불쾌한 곳. 계절의 변화라는 자연적 지표를 박탈당한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다른 것으로 측정해야 했다. 테오도르 누아르에게 그 지표는 — 이제 — 유시아였다.
주택 단지의 수입 식료품점. 토요일 오후. 3월 중순의 어느 날.
테오도르의 왼손이 카트의 손잡이를 쥐고 있었고, 오른손은 유시아의 왼손 안에 들어 있었다. 정확히는 유시아의 손가락 사이에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끼어 있는 형태 — 깍지. 2월 14일 이후 자연스러워진 접촉의 패턴이었다. 유시아의 손은 작았다. 테오도르의 긴 손가락이 유시아의 손가락 두 마디를 넘겼다. 그 크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밀착의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전완까지 올라왔다. 유시아의 체온. 유시아의 맥박.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테오도르는 카트를 밀며 진열대의 올리브 오일 라벨을 읽는 척했으나, 실제로 읽고 있는 것은 손바닥 안의 체온이었다.
"You're going to stare a hole through that snack aisle, sweetie."
(그 과자 코너에 구멍 내게 쳐다보고 있네, 예쁜아.)
나른한 저음이 진열대 사이의 좁은 통로에 떨어졌다. 유시아의 시선이 과자 코너에 고정되어 있었다. 로우트윈테일이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테오도르의 입꼬리에 익숙한 곡률이 걸려 있었다. 능글맞은 미소. 그러나 그 미소의 방향이 올리브 오일이 아닌 유시아의 옆모습을 향하고 있었다.
유시아가 과자를 고르는 동안 테오도르의 손은 깍지를 풀지 않았다. 카트를 한 손으로 밀었다. 유시아가 진열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면 테오도르도 한 걸음 따라갔다. 유시아가 멈추면 테오도르도 멈추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팔 하나 길이를 넘지 않았다. 유시아가 높은 선반의 과자에 손을 뻗으면 테오도르의 긴 팔이 먼저 닿아 내려주었고, 그때마다 깍지가 풀렸다가 — 과자가 카트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맞물렸다. 한 번도 말로 요청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로 허락하지 않았다. 손이 먼저 찾았고, 손이 먼저 답했다.
쇼핑의 끝자락. 계산대 앞에서 테오도르가 결제를 마치고 종이 봉투를 들어 올렸을 때, 유시아가 팔짱을 꼈다. 테오도르의 오른팔에 유시아의 양팔이 감겼다. 종이 봉투를 든 왼팔은 자유로웠으나 오른팔은 유시아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유시아의 어깨가 테오도르의 상완에 닿아 있었다. 로우트윈테일의 백금발 끝이 테오도르의 소매 위에서 흔들렸다. 팔짱. 2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접촉의 양식. 유시아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마치 원래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었다는 듯이. 테오도르의 상완이 유시아의 팔 안에서 굳었다가 풀렸다. 0.5초의 경직. 유시아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었다.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짧았다. 그러나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테오도르의 오른팔은 유시아의 체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슬랙스의 주머니에 넣어둔 듀퐁 라이터의 금속이 왼쪽 허벅지에서 차갑게 눌렸다. 오른쪽은 따뜻했고 왼쪽은 차가웠다. 그 비대칭이 흉곽 안에서 묘한 무게를 만들어냈다.
유시아의 자택. 주방.
종이 봉투에서 식재료를 꺼내 정리하던 테오도르의 등 뒤로 유시아의 팔이 감겼다. 백허그 — 가 아니라 테오도르가 유시아에게 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유시아가 먼저였다. 테오도르의 크루넥 스웨터 뒤판에 유시아의 이마가 닿았다. 유시아의 팔이 테오도르의 허리 앞에서 느슨하게 교차되었다. 유시아의 체중이 테오도르의 등에 실렸다. 가벼웠다. 말랑했다. 견갑골 사이로 전해지는 유시아의 체온과 호흡의 진동.
테오도르의 손이 냉장고 문을 잡은 채 멈추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냉장고 내부의 차가운 빛을 반사하며 정지해 있었다. 등 뒤의 유시아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기대어 있을 뿐이었는지 — 테오도르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돌리면 유시아의 얼굴이 가깝고, 가까우면 입술이 닿는 각도가 되고, 닿으면 멈추기 어려웠으니까.
그러나 결국 고개를 돌렸다.
어깨 너머로 유시아의 정수리가 보였다. 풀뱅 아래의 핑크색 눈동자가 올려다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테오도르의 왼손이 냉장고 문에서 떨어져 유시아의 팔 위에 얹혔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유시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두 번.
"If you cling to me like that, dinner's going to be late."
(그렇게 매달리면 저녁 늦어져.)
'매달리면'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동안 테오도르의 귓불이 달아올랐다. 성대가 한 번 걸렸다. 나른한 톤의 경고였으나 — 허리를 감싸는 유시아의 팔을 풀어내지 않았다. 풀어내지 않은 채로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고, 풀어내지 않은 채로 도마 위에 양파를 올렸다. 유시아가 붙어 있는 상태로 요리를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은 성립했으나, 떼어내겠다는 결정은 성립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거실 소파.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의 음향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등이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고, 유시아의 등이 테오도르의 흉곽에 기대어 있었다. 양팔이 유시아의 허리 앞에서 느슨하게 교차된 상태. 유시아의 로우트윈테일이 테오도르의 쇄골 아래에 퍼져 있었다. 백금발의 부드러운 질감이 스웨터의 면 위에서 빛을 반사했다. 턱이 유시아의 정수리 위에 얹혀 있었다. 유시아의 머리카락에서 올라오는 샴푸의 잔향이 코끝에 닿았다. 호흡할 때마다 유시아의 등이 테오도르의 흉곽에서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영화의 전개가 느슨한 구간에 진입했다. 대사가 줄고 배경 음악이 깔렸다. 테오도르의 입술이 유시아의 관자놀이 위로 내려왔다. 가볍게. 입술이 피부에 닿았다. 1초. 떨어졌다. 유시아의 정수리 위에서 턱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10초 뒤 — 다시 내려왔다. 이번에는 관자놀이가 아니라 귀 위. 입술이 유시아의 귀 가장자리를 스쳤다. 유시아의 로우트윈테일 묶인 부분 바로 아래. 테오도르의 호흡이 유시아의 귓바퀴 위에 닿았다.
유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입술이 닿을 각도가 되었다. 테오도르는 0.2초도 기다리지 않았다. 유시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 2월 14일 이후, 허가는 이미 상시 발급된 상태였으니까. 유시아의 입술에서 얼 그레이의 베르가못 향이 올라왔다. 입술의 각도가 바뀌었다. 유시아의 아랫입술이 테오도르의 두 입술 사이에 잡혔다. 유시아가 0.1초 뒤에 따라왔다. 0.3초에서 줄어든 반응 속도. 테오도르의 혀끝이 유시아의 아랫입술 안쪽을 스쳤다. 유시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혀가 혀를 찾았다. 부드럽고 뜨거운 접촉. 베르가못과 민트가 섞였다. 유시아의 손이 테오도르의 전완 위에 올라왔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테오도르의 팔 위에 유시아의 손가락이 얹혔다. 잡지는 않았다. 얹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입술이 떨어졌을 때 유시아의 볼이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올라와 그 볼을 한 번 쓸었다. 따뜻했다. 루비색 눈동자가 핑크색 눈동자를 내려다보았다. 영화의 음향이 배경에서 계속 흐르고 있었으나 어떤 대사가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Missed the whole scene because of you."
(너 때문에 그 장면 다 놓쳤잖아.)
불만이 아니었다. 목소리에 실린 것은 불만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이었다.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능글맞은 곡률. 그 아래의 심박이 아직 정상 범위로 돌아오지 않은 채.
"허? 그럼 키스 금지. 다음 편 끝날 때까지 키스하지 마."
유시아의 입에서 '키스 금지'라는 단어가 떨어진 순간,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볼 위에서 멈추었다. 핑크색 눈동자가 올려다보고 있었다. 황당하다는 표정. 경계심도, 거부감도 아닌 — 영화를 놓친 것에 대한 순수한 항의. 테오도르의 루비색 홍채가 그 표정을 받아들이는 데 0.5초가 걸렸다.
"Ban on kissing. Understood. Until the next one ends."
(키스 금지. 알겠어. 다음 편 끝날 때까지.)
순종적인 톤이었다. 지나치게 순종적인.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으나 그 곡률이 평소의 능글맞음과는 결이 달랐다. 더 얇고, 더 느긋하고 — 무언가를 기다리는 자의 여유. 유시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양팔이 풀리지 않은 채, 테오도르는 리모컨을 집어 다음 영화를 재생했다. 오프닝 크레딧이 거실의 어둠 위로 푸른 빛을 쏟아냈다.

3분.
오프닝 크레딧의 마지막 이름이 화면 위로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 대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테오도르의 턱이 유시아의 정수리 위에 얹혀 있었다. 유시아의 등이 테오도르의 흉곽에 기대어 있었다. 호흡의 리듬이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유시아가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등의 긴장이 풀려 있었다. 체중이 테오도르에게 더 깊이 실려 있었다.
테오도르의 턱이 유시아의 정수리에서 떨어졌다.
입술이 유시아의 관자놀이 옆으로 내려왔다. 닿지 않았다. 유시아의 귀 위를 스치는 호흡만이 있었다.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유시아의 허리에서 올라와 로우트윈테일의 백금발을 한 줄기 집어 올렸다. 어깨를 덮고 있던 머리카락이 귀 뒤로 넘겨졌다. 유시아의 귀가 드러났다. 목선이 드러났다. 귀 아래에서 턱선으로 이어지는 곡면이 거실의 푸른 빛 아래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Just moving your hair. Not a kiss."
(머리카락 넘겨준 거야. 키스 아니야.)
속삭임이었다. 유시아의 귀에 직접 닿는 거리에서. 입술이 귓바퀴에 닿지 않았으나 — 호흡은 닿았다. 테오도르의 날숨이 유시아의 귀 위를 지나며 미세한 온기를 남겼다. 기술적으로는 키스가 아니었다. 입술이 피부에 접촉하지 않았으니까. 유시아가 설정한 규칙의 문언을 정확히 준수하고 있었다. 7년차 집행관이 22세 순경의 규칙을 해석하는 방식.
영화의 첫 번째 장면이 전개되고 있었다. 주인공이 비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시선은 화면 위에 있지 않았다. 유시아의 귀 뒤 — 방금 드러난 목선 위에 머물러 있었다. 오른손이 넘겨준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 사이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유시아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백금빛 위에 핑크색 브릿지가 섞인 색상이 거실의 푸른 빛 아래에서 보랏빛으로 변환되어 있었다.
5분이 지났다. 유시아의 등이 테오도르의 흉곽 위에서 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호흡이 느려져 있었다.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상태. 테오도르의 왼손이 유시아의 허리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엄지가 옷 위로 허리의 곡면을 따라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의식적인 행위인지 무의식적인 행위인지 테오도르 자신도 분류하지 못했다. 허리를 감싸는 손바닥 안에서 유시아의 체온이 올라와 손끝을 데우고 있었다.

12분.
테오도르의 입술이 유시아의 정수리 위에 닿았다. 머리카락 위. 피부가 아니라 머리카락. 입술이 백금발의 부드러운 결 위에서 1초간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키스가 아니었다. 머리카락 위의 접촉은 키스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유시아가 그 구분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이었으나, 테오도르는 묻지 않았다. 물으면 '금지'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17분. 영화의 전개가 긴장감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 유시아의 등이 미세하게 경직되었다. 테오도르의 흉곽 위에서 호흡이 짧아졌다. 유시아가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유시아의 로우트윈테일 묶인 부분 아래로 내려갔다. 손가락이 목선의 곡면을 따라 쇄골까지 내려갔다가 — 멈추었다. 올라왔다. 다시 머리카락 위로. 유시아가 눈치채지 못한 이동이었다. 테오도르의 심박이 갈비뼈 안에서 한 박자 빨라져 있었다.
23분.
테오도르의 인내심이 바닥에 닿았다.
유시아의 턱에 오른손이 닿았다. 손가락이 턱선을 따라 미끄러져 유시아의 얼굴을 테오도르 쪽으로 돌렸다.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화면에서 떨어져 테오도르의 루비색 홍채와 마주쳤다. 거실의 푸른 빛이 두 사람의 얼굴 위에서 명멸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입술이 벌어져 항의를 시작하기 전에 — 테오도르의 입술이 닿았다.
부드럽지 않았다.
23분간 축적된 것이 입술을 통해 쏟아졌다. 유시아의 아랫입술이 테오도르의 두 입술 사이에 잡혔다. 잡힌 채로 당겨졌다. 유시아의 목이 테오도르 쪽으로 기울어졌다. 왼손이 유시아의 허리를 잡아 몸을 돌렸다. 유시아의 등이 소파 등받이에서 떨어져 테오도르의 흉곽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영화의 음향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으나 — 테오도르의 귀에 도달하는 것은 유시아의 숨소리뿐이었다. 짧아지는 들숨. 코를 통한 호흡으로는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타이밍. 테오도르의 혀끝이 유시아의 입술 사이를 밀고 들어갔다. 유시아의 혀가 밀려났다가 — 0.1초 뒤에 돌아왔다. 배운 대로. 익숙해진 대로.
입술이 떨어졌다. 0.3초. 유시아의 들숨이 채 끝나기 전에 다시 닿았다. 각도가 바뀌었다. 유시아의 윗입술을 잡았다. 유시아의 손이 테오도르의 전완 위로 올라왔다. 잡았다. 이번에는 얹은 것이 아니라 잡은 것이었다. 손가락이 스웨터의 면을 쥐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입꼬리가 — 유시아의 입술 위에서 — 올라갔다.
"끝날 때까지라고 했잖아. 아직..."
입술이 유시아의 입술에서 떨어진 간격이 0.2초. 말이 끊겼다. 시선이 화면을 향해 한 번 움직였다. 영화의 러닝타임 표시.
"...an hour and thirty-seven minutes left."
(...1시간 37분 남았어.)
나른한 저음이었으나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성대의 떨림이 목소리 끝에 걸려 있었다. 루비색 눈동자가 화면에서 유시아의 얼굴로 돌아왔다. 거실의 푸른 빛 아래에서 유시아의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핑크색 눈동자의 초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23분간의 '키스 금지'가 가져온 반작용이 유시아의 얼굴 위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올라와 유시아의 아랫입술 가장자리를 쓸었다. 젖은 입술의 윤기가 푸른 빛 아래에서 반사되었다.
"Ban's lifted. My interpretation."
(금지 해제. 내 해석이야.)
테오도르의 입술이 다시 내려왔다.
항의는 이름의 첫 음절에서 끊겼다.
'태오'라는 소리가 유시아의 입술에서 밀려나오기도 전에 테오도르의 입술이 그 위를 덮었다. 유시아의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려던 자음이 테오도르의 혀끝에 눌려 사라졌다. 소파의 쿠션이 유시아의 등 아래에서 움푹 눌려 있었다. 로우트윈테일이 쿠션 위로 퍼져 있었다. 백금발과 핑크 브릿지가 거실의 푸른 빛 아래에서 흐트러진 채 소파의 패브릭 위에 늘어져 있었다. 풀뱅이 이마 위에서 엉켜 있었다. 유시아의 등이 쿠션 위에 완전히 눕혀져 있었고, 테오도르의 흉곽이 유시아의 위에 있었다. 양쪽 팔꿈치가 유시아의 머리 양옆에서 소파를 누르고 있었다.

유시아의 손이 테오도르의 전완을 잡았다. 밀었다. 힘이 없었다. 밀고 있었으나 밀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손가락이 스웨터의 면을 쥐었다가 풀렸다가를 반복했다. 유시아의 손바닥이 테오도르의 가슴팍 위에 닿았다. 밀었다. 흉곽이 0.5센치쯤 떨어졌다가 — 다시 내려왔다. 유시아의 손바닥 위로 테오도르의 체중이 눌렸다. 유시아의 손가락이 스웨터의 면 아래에서 테오도르의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진동을 받고 있었다. 빠르게. 고르지 못하게. 유시아는 그것을 인지할 여유가 없었다. 숨이 부족했으니까.
끊기는 들숨 사이로 가늘고 짧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시아의 목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테오도르의 입술을 통해 전달되었다. 유시아가 앓고 있었다. 2시간. 영화의 러닝타임 전체. 크레딧이 올라가고 화면이 검게 꺼진 뒤에도 테오도르의 입술은 유시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었다. 눈꺼풀이 반쯤 내려와 있었다.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의지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산소 부족과 과잉 자극이 동시에 밀려드는 상태에서 신체가 보내는 비자발적 신호.
테오도르의 왼손이 유시아의 머리 옆에서 떨어졌다. 유시아의 옆구리를 따라 내려갔다. 프릴 스커트의 허리 밴드 위를 손끝이 스쳤다. 그리고 — 밴드 아래로. 스커트와 상의 사이의 틈으로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유시아의 옷 속. 손바닥이 맨살에 닿았다. 유시아의 옆구리. 늑골 아래의 부드러운 곡면. 피부가 뜨거웠다. 2시간 동안 쿠션과 체온 사이에서 데워진 유시아의 피부가 테오도르의 손바닥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마르고 말랑한 허리의 폭이 테오도르의 손바닥 하나에 거의 감싸이는 크기였다. 손가락 끝이 늑골의 윤곽을 따라 올라갔다. 천천히. 유시아의 배 위의 피부가 테오도르의 손끝 아래에서 미세하게 경련했다 — 간지러움인지, 긴장인지, 유시아 자신도 분류하지 못했을 반응.

유시아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키스가 유시아의 인지 자원을 전부 점유하고 있었다. 입술 위의 자극, 혀 위의 자극, 부족한 산소, 떨리는 속눈썹 — 그 모든 것이 동시에 밀려드는 상태에서 옷 아래로 파고든 손바닥의 움직임은 키스의 연장선으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가락이 유시아의 옆구리에서 복부로, 복부에서 늑골 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유시아가 보인 반응은 — 목에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소리가 한 톤 높아진 것뿐이었다. 그리고 테오도르의 스웨터를 쥔 손가락이 조금 더 세게 조여든 것. 유시아의 신체는 반응하고 있었으나, 유시아의 의식은 그 반응의 원인을 입술 위의 키스로 귀속시키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늑골 아래에서 멈추었다. 손바닥이 유시아의 맨살 위에 평평하게 펴져 있었다. 유시아의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빨랐다. 유시아의 호흡보다 빨랐다. 테오도르의 혀가 유시아의 입술 안쪽에서 천천히 물러났다. 입술이 유시아의 아랫입술 위에서 한 번 머물렀다가 — 떨어졌다. 유시아의 입술이 벌어진 채 젖어 있었다. 거실의 어둠 속에서 유시아의 가빠진 호흡이 테오도르의 턱 아래에 닿았다.
테오도르의 눈이 떠졌다. 루비색 홍채가 유시아의 얼굴 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시아의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마 위의 풀뱅이 엉켜 있었다.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반쯤 열린 입술에서 짧고 얕은 호흡이 반복되고 있었다. 유시아의 몸에서 힘이 전부 빠져 있었다. 테오도르의 가슴팍을 밀던 손은 이미 스웨터의 면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스커트 안쪽의 테오도르의 손바닥 위로 유시아의 체온이 올라오고 있었다. 뜨거웠다. 유시아의 피부가. 유시아의 호흡이. 유시아의 전부가.
테오도르의 하반신이 반응하고 있었다. 2시간 전부터였다. 아니 — 그보다 전부터. 유시아가 고개를 돌려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대는 빈도가 늘어난 때부터. 유시아의 손가락이 전완을 잡을 때마다. 유시아의 목에서 새어나오는 가느다란 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마다. 참았다. 참을 수 있었다. 67일을 참은 인간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 유시아가 쿠션 위에 눕혀져 있고,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맨살 위에 있고, 유시아의 몸에서 힘이 전부 빠져 있는 이 상태에서 — 참는다는 선택지가 흉곽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늑골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멈춰 있었다. 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갈 수 있었으나 올라가지 않았다. 손가락이 유시아의 피부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인내의 진동이었다. 유시아의 입술이 벌어진 채 테오도르의 이름을 부르려 하고 있는지, 아니면 숨을 쉬고 있을 뿐인지 — 거실의 어둠 속에서 분간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검은 화면이었다. 영화는 끝나 있었다. 거실을 채우고 있는 것은 유시아의 호흡과, 테오도르의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진동뿐이었다.
테오도르의 입술이 유시아의 입술에서 떨어진 채 — 유시아의 턱선 위로 내려갔다. 입술이 턱의 곡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턱에서 턱선으로. 턱선에서 귀 아래로. 유시아의 귀 아래, 목선이 시작되는 지점에 입술이 닿았다. 유시아의 맥박이 입술 아래에서 뛰고 있었다. 빠르게. 불규칙하게. 테오도르의 호흡이 유시아의 목 위에 떨어졌다. 뜨거웠다. 입술이 목선 위에 머물러 있었다. 떨어지지 않았다.
"...Tell me to stop."
(...멈추라고 해.)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나른한 톤이 완전히 벗겨진 상태. 성대의 진동이 불균일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시아의 목 위에 입술을 붙인 채 내뱉은 말이었다. 유시아의 피부에 진동이 전달되는 거리.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늑골 아래에서 여전히 멈춰 있었다.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유시아가 한 마디만 하면 멈출 수 있었다. 유시아가 한 마디만 하면.
"...멈춰."
멈추라는 말이 떨어졌다.
테오도르의 입술이 유시아의 목선에서 떨어졌다. 즉각적으로.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유시아가 말했으니까. '멈춰'라고. 그것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 입술을, 손을, 전부를 — 테오도르의 뇌가 분류하기 전에 입술이 먼저 떨어졌다. 유시아의 목 위에 남은 것은 테오도르의 호흡이 만든 습기뿐이었다. 귀 아래에서 쇄골까지 이어지는 곡면 위에 테오도르의 날숨이 떨어지고 있었다. 불균일하게. 고르지 못하게.
유시아의 가빠진 호흡이 거실의 어둠을 채우고 있었다. 짧은 들숨이 반복되었다. 테오도르의 턱 아래에서 유시아의 흉곽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빠르게. 불안정하게. 2시간 동안의 키스가 빼앗은 산소를 되찾기 위한 신체의 비자발적인 몸부림.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반쯤 감긴 채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풀뱅 아래의 이마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볼이 붉었다. 입술이 벌어진 채 젖어 있었다. 늘어진 몸이 쿠션 위에 완전히 기대어 있었고, 테오도르의 가슴팍을 밀던 손은 스웨터의 면 위에 축 처져 있었다.
멈추라고 했다. 키스를. 테오도르는 그 한 단어의 경계선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유시아가 멈추라고 한 것은 입술이었다. 입술을 멈추라고 한 것이었다. 숨이 필요하니까. 2시간 동안 빼앗긴 산소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 스커트 안쪽의 테오도르의 왼손은 '입술'이 아니었다. 유시아가 언급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유시아가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접촉이었다.
테오도르의 왼손이 유시아의 늑골 아래에서 올라갔다.
천천히. 유시아의 상의 안쪽. 옷 위가 아니라 맨살 위. 손바닥의 체온이 유시아의 복부에서 늑골을 따라 상승했다. 손가락 끝이 늑골의 마지막 곡면을 넘었다. 그리고 — 유시아의 가슴에 닿았다. 작았다. 테오도르의 손바닥 안에 전부가 들어왔다. 부드러웠다. 유시아의 피부 아래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빨랐다. 유시아의 호흡보다 빠른 심박.
"아..."
유시아의 목에서 소리가 새어나왔다.
짧고 가느다란 음성. 유시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음절이 거실의 어둠 속에 떨어졌다. 테오도르의 귓가에 닿았다. 손바닥 아래에서 유시아의 신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거부가 아니었다. 거부를 구성하는 힘이 유시아의 몸에 남아 있지 않았다. 2시간의 키스가 유시아의 인지 자원을 전부 소진시킨 상태에서, 가슴 위의 손바닥은 키스의 잔여 자극으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유시아는 테오도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분류할 여유가 없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자극은 전부 같은 종류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움직였다. 유시아의 가슴 위에서. 작은 곡면의 꼭대기를 엄지의 배가 스쳤다. 한 번. 유시아의 등이 쿠션 위에서 미세하게 뒤틀렸다. 반사적인 움직임. 유시아의 손가락이 테오도르의 스웨터를 쥐었다가 풀렸다. 유시아의 입술에서 숨결이 새어나왔다 — 형태가 없는, 단어가 되지 못한 음성.

테오도르의 이마가 유시아의 관자놀이 옆에 닿아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루비색 홍채가 감긴 눈꺼풀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 손바닥 안의 유시아의 심박과 자신의 심박이 겹쳐지는 리듬을 듣고 있었다. 유시아의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올라왔다. 뜨거웠다. 하반신이 슬랙스 안에서 물리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허벅지에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닿지 않게 허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전완의 근육이 떨리고 있었다.
유시아가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할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 테오도르는 알고 있었다.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 채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풀뱅 아래에서 내려온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유시아는 지금 이 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모른 채로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 그 사실이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밀어 올렸다. 하나는 — 유시아가 자신에게 이만큼 무방비하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뜨거운 것. 다른 하나는 — 유시아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긁어내는, 서늘한 것.
엄지가 멈추었다.
테오도르의 손바닥이 유시아의 가슴 위에서 정지해 있었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 엄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유시아의 심박만이 손바닥 아래에서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호흡이 유시아의 관자놀이 옆에서 길고 느리게 뱉어졌다. 자제의 호흡이었다. 들숨이 갈비뼈를 밀어 올렸다가, 날숨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SiA."
(...시아.)
이름이었다. 'sweetie'도, 'darling'도, '예쁜아'도 아닌. 유시아의 이름.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성대의 진동이 불균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른한 톤이 벗겨진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 억누르고 있는 것의 무게였다. 손바닥이 유시아의 가슴 위에서 천천히 물러났다. 늑골을 따라 내려갔다. 옆구리에서 멈추었다. 유시아의 맨살 위에 손바닥이 얹혀 있었으나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Look at me."
(나 좀 봐.)
명령이 아니었다. 요청이었다. 유시아의 초점 없는 핑크색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기를 기다리는, 성대가 떨리는 요청.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유시아의 볼에 닿았다. 엄지가 광대뼈 위를 쓸었다. 유시아의 달아오른 피부가 엄지 아래에서 뜨거웠다. 유시아의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와 테오도르의 루비색 홍채 위에 닿기를 — 테오도르의 귓불이 달아오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유시아의 핑크색 눈동자가 천장에서 내려왔다.
느리게. 초점 없는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가 — 테오도르의 루비색 홍채 위에 닿았다. 닿았으나 맞추지는 못했다. 동공이 풀려 있었다. 홍채의 핑크빛이 거실의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다. 입술이 벌어진 채 짧고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볼 위에 얹힌 테오도르의 엄지 아래에서 피부가 뜨거웠다. 광대뼈 위의 분홍빛이 귀 아래까지 번져 있었다. 풀뱅이 이마 위에서 엉킨 채 땀에 젖어 있었다.
테오도르가 유시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시아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보고 있었으나 보지 못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테오도르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으나 거기에 인식이 담겨 있는지는 — 분간되지 않았다. 2시간의 키스가 만든 산소 결핍. 몽롱한 의식. 풀린 몸. 테오도르의 엄지가 유시아의 광대뼈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유시아의 피부 위로 전해지는 맥박이 손끝을 두드리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빠르게. 유시아의 몸이 아직 정상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신호.
옆구리 위에 얹혀 있던 왼손이 천천히 물러났다. 유시아의 상의 안쪽에서 빠져나왔다. 맨살에서 떨어진 손바닥에 유시아의 체온이 잔열처럼 남아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테오도르가 그 손을 소파 쿠션 위에 내려놓았다. 유시아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진 위치. 의지적인 후퇴였다.
유시아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턱 아래에서 유시아의 호흡이 올라왔다. 들숨이 짧고 날숨이 길었다. 회복 중인 신체의 패턴. 테오도르의 루비색 홍채가 유시아의 풀린 눈동자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유시아의 눈 아래에 미세한 수분이 맺혀 있었다. 눈물이 아니었다. 호흡의 압력이 만들어낸 생리적 반응. 그것이 속눈썹 아래에서 빛을 받아 반사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귓불이 붉었다. 귀에서 시작된 열기가 목 뒤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슬랙스 안쪽의 물리적 반응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채 허리의 각도로 은폐되어 있었다. 유시아가 눈치채지 못할 거리. 눈치챌 정신이 없는 상태. 테오도르의 턱이 미세하게 조여졌다. 이를 맞물리는 힘이 관자놀이까지 올라갔다.
"...There you are."
(...여기 있었네.)
갈라진 목소리였다. 평소의 나른한 톤이 아니었다. 성대의 진동이 고르지 못했다. 유시아의 풀린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 목소리가 저렇게 벗겨질 수 있다는 것을 테오도르 자신도 몰랐다. 엄지가 유시아의 볼 위에서 한 번 더 쓸렸다. 부드럽게. 방금 전까지 유시아의 가슴 위에 있던 손과 같은 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힘의 차이.
유시아의 호흡이 아직 고르지 않았다. 볼 위의 붉은빛이 가시지 않았다. 눈동자가 풀린 채 테오도르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2시간 동안 키스를 당하고, 옷 아래로 손이 들어온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극에 반응하면서도 그 반응의 의미를 분류하지 못하고 있는 얼굴. 테오도르의 흉곽 안에서 두 가지가 부딪히고 있었다. 이 상태의 유시아를 — 이 상태가 아닐 때 다시 물어야 한다는 판단. 그리고 이 상태의 유시아가 만들어내는, 외면할 수 없는 충동.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유시아의 볼에서 떨어졌다. 손바닥이 유시아의 머리 옆 쿠션을 짚었다. 상체가 일어났다. 유시아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유시아의 몸 위에서 체중이 걷혀졌다. 거실의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 사이의 빈 공간으로 밀려들어왔다. 테오도르의 크루넥 스웨터 아래에서 흉곽이 크게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자제의 호흡.
"...I need you to actually be here for this."
(...네가 제대로 여기 있어야 돼, 이거 하려면.)
'이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테오도르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낮았다. 유시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뱉은 문장이었다. 유시아의 풀린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눈빛. 루비색 홍채 안에 인내와 욕망이 같은 농도로 섞여 있었다. 테오도르의 왼손이 — 방금 유시아의 맨살에서 물러난 그 손이 — 자신의 뒷목을 잡았다. 손가락이 뒷목의 뜨거워진 피부 위를 긁듯 쓸었다. 열기를 식히려는 행위인지, 남아 있는 유시아의 감촉을 지우려는 행위인지, 테오도르 자신도 분류하지 못했다.
유시아의 숨이 아직 가빴다. 거실의 어둠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의 검은 화면이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유시아의 손이 올라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테오도르의 목덜미를 감쌌다. 힘이 없었다. 잡는 것이 아니라 얹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 그 접촉이 테오도르의 뒷목 위에 닿는 순간, 팔꿈치로 버티고 있던 상체의 긴장이 무너졌다. 중력이 승리했다. 테오도르의 흉곽이 유시아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유시아의 가느다란 체구가 테오도르의 체중을 받아냈다. 쿠션이 두 사람의 무게를 머금으며 깊게 가라앉았다.
유시아의 목덜미 위에 얼굴이 묻혔다. 백금발의 부드러운 결이 테오도르의 볼과 이마를 덮었다. 유시아에게서 올라오는 체온이 — 2시간 동안의 키스와 그 이후의 것들이 만들어낸 열기가 — 테오도르의 얼굴 전체를 감쌌다. 유시아의 심장 박동이 흉곽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빨랐다. 아직 빨랐다. 그러나 유시아의 호흡은 달랐다. 가쁘던 들숨이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날숨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있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 2시간 동안의 호흡 부족이 작고 얇은 소리가 유시아의 코끝에서 새어나와 테오도르의 귓가에 닿았다. 유시아의 손가락이 테오도르의 뒷목 위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감싸고 있던 손의 압력이 줄어들었다. 떨어지지는 않았다. 유시아의 손가락이 테오도르의 뒷머리카락 사이에 느슨하게 걸려 있었다.
잠이 들었다.
유시아의 호흡이 고른 리듬으로 안정되었을 때, 테오도르는 유시아의 목선 옆에 묻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유시아의 맥박이 목의 피부를 통해 테오도르의 입술 아래에서 뛰고 있었다. 느려졌다. 수면 단계로 진입하는 심박의 감속. 유시아의 흉곽이 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무게를 안은 채로. 마르고 작은 몸이 테오도르의 어깨 아래에서 조용히 숨쉬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왼손이 소파 쿠션 위에 놓여 있었다. 유시아의 몸에서 물러난 그 손. 30분 전에 유시아의 피부 위에 있던 손바닥에 유시아의 잔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굽혀졌다. 펴지지 않았다. 유시아의 체온을 쥐고 있는 형태.
거실이 고요했다. 텔레비전의 검은 화면이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있었다. 창밖으로 레퀴엠 필드의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 땅의 밤은 일반 세계의 밤과 결이 달랐다. 별이 없었다. 구름도 없었다. 다만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색이 통창을 통해 거실 바닥 위로 스며들어와 두 사람의 윤곽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유시아의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유시아의 목선에서 얼굴이 떨어졌다. 유시아의 얼굴이 보였다. 잠든 얼굴. 경계심 많은 표정이 전부 벗겨진 상태. 올라간 눈매가 감긴 눈꺼풀 아래에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풀뱅이 이마 위에서 엉킨 채 땀에 젖어 있었다. 볼의 붉은빛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젖은 입술의 윤기가 창밖에서 스며드는 남색 빛 아래에서 미세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올라왔다. 유시아의 이마 위에 엉킨 풀뱅을 손가락으로 쓸어 정리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손끝에 달라붙었다. 한 올 한 올 옆으로 넘겨주었다. 유시아의 이마가 드러났다. 좁고 매끈한 이마 위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테오도르의 엄지가 그 위를 지나가며 닦아냈다.
유시아는 알지 못할 것이다.
30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옷 아래로 손이 들어왔다는 것을. 테오도르가 무엇을 만졌는지. 그리고 — 테오도르가 왜 멈추었는지. 유시아가 '멈춰'라고 말한 것은 키스였다. 옷 아래의 손이 아니었다. 유시아는 그 손의 존재를 끝내 인지하지 못한 채 잠들었다. 테오도르가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유시아의 풀린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을 보았을 때 —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얼굴을 보았을 때 — 흉곽 안에서 욕망보다 무거운 것이 가라앉았기에.
"...Bonne nuit, mon cœur."
(...잘 자, 내 심장아.)
프랑스어가 흘러나왔다. 유시아의 귀에 닿지 않을 만큼 낮은 음량이었다. 유시아의 이마 위에 입술이 닿았다. 1초. 떨어졌다. 테오도르의 오른손이 유시아의 뒷목 아래로 들어갔다. 왼손이 유시아의 무릎 아래를 받쳤다. 소파에서 유시아를 들어 올렸다. 유시아의 머리가 테오도르의 어깨에 기울어졌다. 로우트윈테일이 테오도르의 팔 위로 늘어졌다. 유시아가 가벼웠다. 쿠션 하나를 드는 것과 다르지 않은 무게.
거실에서 침실까지. 복도의 어둠을 지나 유시아의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이불을 끌어 올려 쇄골 아래까지 덮었다. 유시아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이불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테오도르의 손이 이불 위에서 멈추었다. 유시아의 어깨 위에 얹혀 있던 손이 천천히 물러났다.
테오도르는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유시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든 유시아의 얼굴이 이불 위로 보였다. 경계 없는 얼굴. 무방비한 얼굴. 테오도르의 왼손이 올라와 —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귓불이 아직 뜨거웠다. 입술 위에 유시아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손바닥 안에 유시아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테오도르는 침실 문 앞에서 한 번 돌아보았다. 이불 아래에서 고르게 숨 쉬는 유시아의 윤곽. 남색 빛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유시아의 백금발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테오도르의 루비색 눈동자가 그 빛 위에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 문을 닫았다.
거실 소파로 돌아온 테오도르가 쿠션 위에 앉았다. 유시아의 체온이 남아 있는 쿠션. 테오도르가 뒷주머니에서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꺼냈다. 듀퐁 라이터의 뚜껑이 열리며 금속 마찰음이 울렸다. 불이 붙었다. 첫 번째 연기를 들이마시며 고개를 소파 등받이에 젖혔다. 천장을 향한 루비색 눈동자가 연기 너머로 보이지 않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유시아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닫힌 문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